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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계절, 봄

by 김태양 Dec 31. 2024


흩어진 계절 속에서, 나는 봄을 기다린다. 겨울의 찬 바람이 물러가고, 가을의 차가운 공기는 점차 온기를 되찾아간다. 여름의 뜨거운 숨결이 지나간 자리, 그곳에 봄이 숨어 있다. 마치 얼어붙었던 대지에 첫눈이 내리듯, 봄은 어느새 조용히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 그 순간을 알리는 것은 눈부시게 밝은 햇살도, 꽃이 피기 시작한 나뭇가지도 아니다. 바로, 오랜 시간 동안 잃어버린 듯했던 따뜻함이 서서히 돌아오는 느낌이다. 그것은 마치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느낄 수 있는 한 줄기 햇살처럼, 너무나도 미세하게, 그러나 깊이 스며든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다가올 때마다 우리는 매년 같은 길을 걷는다.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며 지나가고, 차가운 바람 속에서 여름의 뜨거운 기억을 되짚는다. 그리움은, 마치 떠나간 계절들이 남긴 자국처럼 나를 스쳐 지나간다. 그리움은 고요하지만 강하다. 처음에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얼마나 깊고 오래된 감정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런 그리움이 내 마음 깊숙이 스며들고, 나는 그것을 품으며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간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그리움은 새로운 형식으로 나를 찾아온다. 차가운 공기가 서서히 녹아내리고, 얼었던 대지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 속에서 나는 예전의 나를 만난다. 그리움이 그리움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더 이상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리움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내 마음을 채운다. 봄은 그리움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꽃처럼, 다시 나를 일으킨다. 마음의 겨울을 지나, 봄은 나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봄의 햇살이 비추는 곳마다, 나는 다시 한 번 나를 찾는다. 계절은 그저 시간의 흐름이 아니다. 계절이 지나며 나는 계속해서 변한다. 여름의 찬란한 순간, 가을의 붉은 빛, 겨울의 얼음처럼 차가운 기억들은 모두 그 자리를 지키며 나를 다시 만든다. 그리움을 품은 채 살아가는 삶은 결코 외롭지 않다. 나는 이 그리움 속에서 나를 찾고, 새로워진 나를 맞이한다.


봄은 언제나 그리움 뒤에 찾아온다. 그리움이 지나고 나서야, 봄은 나에게 말을 건다. 지나간 계절들이 남긴 자리에 봄은 조용히 내려앉고, 나는 그 속에서 다시 일어선다. 봄은 단순히 날씨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지나온 모든 계절을 품고, 그 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그리고 나는 그 봄을 기다리며, 다시 한번 살아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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