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참 수상하다. 정치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떻다느니 하는 것은 둘째로 치고서라도, 공동체로서의 삶에 대한 작은 이해의 끈조차 버린 것인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의 삶 이외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타인은 그저 타인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먹고사는 일이 너무 고달파서 그런 것일까,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이 너무 흔하다.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날 건들기만 해 봐라" 하며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그러니 너나 나나 몸을 사리고 사는 것이 요행인 것인데, 요 근래 운전을 하며 겪었던 에피소드 두 개를 써보려고 한다.
다른 의도는 없다. 그렇잖아도 팍팍한 내 삶에 조금의 여유를 가져보자는 생각에서 써보는 것일 뿐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이제는 입학을 해서 새내기 대학생활을 재밌게 하고 있는 딸아이. 불과 2주 전까지 딸아이의 즐거운 대학생활을 위해 숙소를 구하고 이사를 시키고 하느라 먼 길을 바쁘게 자주 오르내렸다.
그런 날 중의 하루, 이날은 온 가족이 함께 했던 날로 딸아이가 다닐 대학교 근처의 하숙집과 원룸 등 새 거처를 알아보고 오는 길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자동차 주유를 하기 위해서 줄을 섰다. 앞서 대기 중이던 두 대의 차량이 주유를 하고 떠났다. 이제 내 앞의 차량과 나란히 진입하면 되는데, 내 앞의 차량이 비어있는 1번 주유기로 가지 않고 정차한 2번 주유기에서 주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싶어 살펴보니 "1번 주유기 휘발유 고장"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그제야 앞차가 1번 주유기로 가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었다. 잠시 후 앞차는 주유를 하고 떠났다. 나도 휘발유를 주유해야 하니 1번으로 진행하지 않고 2번에 정차를 했다. 그리고, 뒤를 보니 내 뒷 순서인 소형 화물차는 안내푯말을 봤는지, 차를 빼서 옆쪽에 빈 주유라인으로 갔다.
그다음이 문제의 suv차량인데, 이 차량의 운전자는 잠깐 살펴보면 보일 안내푯말을 못 봤나 보다. 왜 앞 주유기까지 가지 않고 거기 섰냐는 듯이 그 짧은 시간 동안 시끄럽게 빵빵거리며 경적을 거칠게 울린다. 주유하려고 내려서 쓱 눈길을 주니 반대머리 아재가 힐끔거리며 고개를 돌린다. 한번 더 경적을 울리면 다가가서 설명을 해주려고 했더니 더 이상 경적을 울리지 않았고, 눈길도 다시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게 주유를 끝내고 시동을 걸어 1번 주유기를 지나치는데, 뒤에서 또다시 요란스럽게 경적을 울린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의 그 suv차량이 1번 주유기도 아니고, 2번 주유기에 정차를 했더라.
순간 사람이 참 지질해 보이는 것은 둘째로 치고, 왜 저렇게 불편하게 사는 것일까 싶더라.
두 번째 에피소드.
딸아이 이사를 끝내기 위해서 몇 가지 이삿짐을 싣고 가는 중이었다. 좌회전 차로로 차선변경을 하기 위해서 주행 중인 자동차를 확인하며 방향표시등을 켰다. 좌회전 차로에는 주행 중인 차가 없다. 내 차의 뒤에는 승용차 한 대가 주행 중이었다. 그래서 좌회전 차로로 진입했다.
그 순간 버스나 대형 화물차에서나 들릴 법한 경적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놀라서 얼른 내 차로로 복귀하며 좌회전 차로를 확인하니 조금 전 내 뒤에 있던 승용차가 좌회전 차로로 진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 방향표시등도 켜지 않고, 내 뒤에서 서행으로 직진하던 차량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요즘 하도 웃기지도 않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렇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려니 했다. 그런데, 신호대기 중에 정차를 하고 있는데, 왼쪽 시선에 기분이 이상해서 쳐다봤더니 조금 전의 그 차가 옆 차로에 정차 중인데, 차창을 내리고 인상을 쓰며 입모양이 욕설인 듯 뭐라 뭐라 하고 있더라. 역시나 첫 번째 에피소드의 suv차량 운전자와 비슷한 연배의 앞머리가 벗어진 아재다.
어이가 없는 것이 자신이 뭘 잘했다고 저러는 것일까. 차로 변경도 내가 먼저 시도했으며, 방향표시등도 켜지 않고 나중에 차로변경을 시도한 주제에 뭘 잘했다고 저러는 것인지. 오히려 내가 양보를 했으니 나에게 고마워하지는 못할지언정 말이야. 차 선팅이 짙어서 내가 안 보여서 그럴 테지. 차창을 내려? 아니면 그냥 내가 내려? 하다가 그냥 참았다. 어쨌거나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니...ㅎㅎ
세 번째 에피소드.
며칠 전이었지. 퇴근길에 호떡을 사 오라는 최고존엄의 명이 있었어. 하지만, 우리 동네 호떡장수 아줌마는 올해 빨리 접었고, 호떡대신에 팥이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잔뜩 든 우리 동네 붕어빵 맛집에 가서 뜨끈뜨끈하게 갓 구워낸 붕어빵 두 봉지를 산 후 이면도로로 접어들었어.
소형차가 마주 오는데, 슈퍼마켓을 지나자 갑자기 속력을 높이더니 내 앞에 정차 후 좌측 깜빡이를 켜네. 내 오른쪽의 좁은 골목길로 진입하려고 했던 건가 봐. 내가 오기 전에 진입하려고 한가운데로 빨리 왔는데, 계산이 틀어진 것이지.
나는 오른쪽 공간도 없고, 뒤에는 소형화물차가 붙어서 후진도 안 되는 상황. 창문을 내리고 그 소형차에게 후진을 해서 왼쪽으로 조금만 붙으면 내가 지나가겠다 했더니, 씩 한번 보더니 그때부터 나 몰라라 버팅기기 시전.
좁은 이면도로 한가운데 서서 버팅기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소형차 뒤에 차가 없을 때 조금만 비틀면 되는데, 그걸 안 하니. 그 차나 내 뒤에 줄줄이 차가 붙으면 교통이 엉망이 되는 건 시간문제인데,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소형차주. 아니나 다를까 내 뒤에서 두세 가지 경적소리가 울리기 시작하고.
결국 그 소형차 뒤에도 중형차가 하나 그 뒤에는 다시 소형차가 섰더라고. 하는 수 없이 내려서 그 소형차와 중형차에게 이야기를 했지. 그나마 중형차는 반대쪽에 바짝 붙어주며 공간을 만들었고, 그 소형차가 조금만 붙어주면 내가 지나가겠더라고. 근데 그걸 안 하네. 자신도 지나갈 수가 없는데도 무슨 생각인 것인지. 화가 나기 시작하는데, 꾹 참고 부탁을 했지(이게 내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 거야?). 곧 뒤차주도 내리고 둘이서 이야기를 했더니 겨우 한 2-3미터 비틀더니 한 사람 빠져나갈 공간을 선심 쓰듯 만드는데, 어이가 없더라. 그렇게 중형차까지 지났는데, 또다시 동종의 소형차에 성별이 다른 운전자가 앞의 소형차주처럼 딱 그렇게 정차를 하고 있더라고. 어찌나 짜증스러운지 창을 내리고 "오른쪽으로 붙어라, 앞에 상황이 안 보이느냐" 하며 겨우 지나왔는데, 집에 와서 씻고 나오니 최고존엄이 하는 말은.."붕어가 냉동붕어인데? 자연산이야?" 그러더라.
예전, 오래전이다. 고3 때 운전면허를 따는데, "운전은 매너다."라고 이야기를 들었었더랬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양보하며 운전을 하고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생각이 조금 바뀌려고 한다. 요즘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남이야 불편하든 말든 제 멋대로 운전하는 이가 너무 많이 보인다. 교통신호 위반은 이제 아무렇지 않을 지경에까지 이른 듯 보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바빠 보이는 이가 자신 때문에 엉거주춤거리다가 빨리 가기 위해서 추월을 하려고 하면 그건 또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속력을 내며 상대방의 운전을 방해하고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의 앞머리 벗어진 아재도 그런 류의 사람일 것이다. 이런 이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해를 시키겠다거나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는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가지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아무튼, 운전 중에는 언제나 저런 사람들이 지뢰처럼 갑자기 어딘가에서 불쑥 튀어나올 수 있음을 기억하고 방어운전 하자.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 맞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