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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편리해진다는데 나만 불편한 건가

by 몽유 Mar 20. 2025

냉장고가 아픈가 보다.

녀석이 여태껏 칭얼거린 적이 없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숨기지 않고 간간이 칭얼거리며 또 웅웅거린다.

이따금씩은 살짝살짝 떨림까지 있는 것이 못내 불안하다.

그런 칭얼거림이 잦아지고, 한밤중에 웅웅 거리며 불안감을 조성하니 빨리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최고존엄의 압박이 드세진다.


누군가는 7년을 사용하며 세 번이나 자리를 옮긴 냉장고이니 나잇살이 있어 잔고장뿐만 아니라 큰 고장이 생길 만도 하다고 말하며 새것으로 바꾸란다.

그 말대로 그래 이제쯤이면 이상해질 만도 하지, 암 그렇지, 싶다가도 사람 마음이란 것이 아쉬움도 남기 마련이라.

그렇게 거금을 들여 구매한 냉장고인데, 에게 겨우 7년인데, 벌써? 싶기도 하다.

그리고, 뭐 그렇게 대단한 고장이 아니라면 수리해서 사용하면 되는 것이지 사용년차가 된다고 해서 작은 이상에도 버린다면 그건 또 얼마만큼의 사치가 되는 것인지.

그러고 보면, 이 녀석 전에 사용했던 냉장고가 내구성이 좋아 잔고장도 없이 더욱 오래 사용했던 듯한데 말이지.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하기에 더욱 좋아지는 것이 제조되는 것이 아니라, 판매하기에만 더욱 좋아지는 것일까 싶은 것이 나만의 착각이겠지?


어쨌거나 당장에 판매자에게 좋은 짓은 하기 싫으니,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고, 휴대폰을 열고 녹색창을 두드린다.

이 녹색창이란 것이 여러 가지 말이 많지만, 그래도 또 이것만큼 만만한 것도 없으니 어찌할까.

이렇게 알지 못하는 어떤 문제가 생기고, 그것 때문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늘 하던 대로의 방식으로 꽤나 도움이 다.

녹색창에 냉장고의 모델부터 현재의 상태를 쓰고, 검색하니, 그것과 관련된 많은 이들의 이야기들보인다.

그들도 나와 엇비슷한 부류의 소비자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들 중에는 자칭 전문가라는 관련업종의 종사자도 고, 현직 서비스센터 수리기사도 있다.

역시나 그들 중에서 제일 눈여겨보면서 도움이 되는 이들은 나와 같은 소비자와 현직 서비스센터 수리기사이다.


그들이 쓴 답변을 읽고, 그들의 경험담을 쭈욱 읽어나갔더니 우리 집 냉장고 녀석의 문제가 대충 보인다.

이번 냉장고의 이상증상은 냉기를 보급해 주는 컴프레서 이상문제일 듯했고, 역시나 결국엔 컴프레서를 갈아야만 했다.

컴프레서를 갈기 위해서는 적합한 컴프레서와 공구만 있으면 직접 수리도 가능하겠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제조사나 서비스센터와 웬만큼 얼굴을 익숙하게 해도 어러운 일이니 서비스센터에 as접수를 해야만 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불편이 튀어나온다.

대개의 경우 요즘에는 이런 as접수를 예전처럼 사람이 받지 않고, 기계가 받는다.

사람이 아닌 ai자동응답 시스템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은 은근히 그것이 불편한 것이다.

전처럼 사람과 의사를 주고받고 하는 것이 편한데 말이지.


보이는 ars, 음성으로 하는 ars라는 안내멘트가 이어지고, 보이는 ars를 선택하면 뒤이어 계속되는 안내멘트에 따라서 버튼을 누른다. 혹시나 하며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담사와의 통화 안내멘트는 없다.

홈페이지 url을 보낼 테니 거기에 편하게 예약접수를 하라고만 한다.

그렇게 접수하려면 홈페이지에 회원가입하고, 인증을 받고 해얄텐데, 한 번에 끝낸 경험이 없다.

게다가 비밀번호는 몇 가지를 조합해서 만들라고 하니 어지간히도 성가신 일이다.

냉장고 수리 접수하는데도 이렇게 성가시다니, 역시 사용 중인 냉장고 수리보다는 새 냉장고를 구매하라는 것일까.


그래도 어쩌겠어?

목마른 사람이 나인 것을! 

우물은 결국 내가 파야 할 인 것을 어쩌겠어!

보내준 url을 따라가서 홈페이지 회원가입하고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며 겨우 스케줄을 잡으려고 했더니 늦고, 성가시고,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편하게"라니!

게다가 겨우 그렇게 접수를 했더니 as날짜가 장난도 아니고 몇 개월 후인 한참 여름이다.

올해는 당장 다음 달인 4월부터 여름이 시작된다고 말할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하는데, 고작 잡아주는 스케줄이 이렇다니!

암만 생각해 봐도 이번 기회에 냉장고를 바꿔라는 대기업의 큰 그림인 것인 듯.


하는 수 없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전화를 해서는 이번에는 음성으로 하는 ars에서  안내멘트를 말하고 있는 ai에게 막무가내로 안내멘트도 없는 상담사 연결을 두 번 외쳤더니,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안내멘트엔 안내도 되지 않는 상담사가 연결이 된 것이다.

나 같은 이런 진상고객의 경험이 많았던 ai였을까?

무미건조한 ai보다는 음성만으로는 ai와 엇비슷해도 사람냄새가 나는 상담사와 어찌어찌 통화를 이어갔고, 겨우 서비스 스케줄확인을 했는데, 연락 준다는 서비스기사가 많이 바쁜 모양이다.

조금 한가해지면 연락이 오겠지 싶다.


비록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쩌다가 이따금씩 이런 기계적인 불편한 통화를 하면 그때마다 매번 느낀다.

점점 더 편리해진다는 세상인데, 나는 어째 세상이 점점 더 불편해지는 듯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거 나만 그런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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