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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숙취라는 이야기

by 몽유

어설픈 고백, 섣부른 거절의 밤

잠들지 못한 채 맞이한 새벽

습관처럼 마주한 불면이다


사랑이라는 주체할 수 없는 깊이

감정의 짜깁기로 허락한 만취의 시간

알 수 없는 유별난 것이 있을 거라며

숙취로 가득 찬 머릿속에 습관처럼 시를 쓴다


눈을 어지럽히던 말

머리맡을 맴돌던 단어들이

들숨에 한 번, 날숨에 또 한번

허공에서 흩어져 가만히 내려앉는다


만취의 시간은 지났다

이해와 용서도 온전하지 못했다

숙취는 더욱 짙어지고

불면은 다시 시작되었다


결국, 사랑은 습관이고

지나간 밤의 숙취일 뿐이다

언제였는지도 모를 시간 너머

아직도 나는 너를 찾는다

익숙한 중독처럼


어설픈 고백, 섣부른 거절의 밤

그 밤, 네가 놓은 징검다리 위로

띄엄띄엄 숙취가 스며들었다

그리움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도 나는 그 밤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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