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검붉은 장미가시 사이마다
온전한 그러나 부끄러운 기억이 숨어있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재미에 빠져
내 기억을 끄집어내기를 벌써 몇 차례
펼쳤다 덮었다 다시 펼쳤다
첫사랑의 그녀가 살인미소를 보내고 있다
하얀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고 심심해서 한다던
아르바이트를 가며 내 손을 잡아끌던 그때가 5월이었다
여우비가 내린 논둑길 골창에 네가 구겨져 있었다
검붉은 생명수가 너의 머리에서 흘러나와 온몸을 적셨는데
물빛은 물빛대로 또, 풀빛은 풀빛대로
그 짙은 색채에 또렷함만 더했던 그때가 5월이었다
바람이 불어온다는 것은 계절이 바뀐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는 것에 아랑곳없이
이토록 애달프게 사람의 마음을 들쑤셔대는 것은
5월의 기억 때문이다
5월은 그렇다
유난스레 파란 하늘가로
검붉은 장미 꽃송이를 뿌려대다가도
바람을 일으킨다 싶으면
어느새 누구 하나 쓰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