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어둠살이 밀려나고
곧 동녘 벼무더기 틈바구니에
충혈된 밤이 꺼져가리라
얕은 숨결의 시간이 기지개를 켠다
하지만, 아직이다
나의 눈길은 여전히 어둠 속을 맴돌고
어디선가 아슬아슬 너의 발길을 붙잡지만
곧 또, 너에게서 비켜난다
그것이 내 의지이고,
의식이며, 사랑이었다
낮게, 그러나 언젠가보다 높게
너의 음성은 미세하게 떨리고
이별은 그렇게 와서
내게 흩날렸다
단어의 의미는 허공에 매달리고
사랑이란 문장은
빈틈 많은 뜬구름이었다
그날
우리가 마주 본 그 자리에서
나는
흡족한 글이 되지 못하고
이제야 비로소,
수줍은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