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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치워보니 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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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엉망
Nov 17. 2025
요즘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내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나여도 지금의 내주변에게 가치가 있을까?
만약 무직에 일할 의욕도 없는 불안장애라도
나는 가치가 있는건가?
모든 일이 내게오고, 모두를 챙기고 눈치보며,
말하기 전에 알아서 맞춰주는
미치도록 하기싫고 그러다보니 더욱 강박적으로 일을 하고,
애들이 실망 절망하지 않게 세세한 모든 것에 신경쓰고,
눈치 레이더 풀 가동하여 미리 준비하고 챙기고,
부모님의 미래를 외아들의 이름으로 걱정하고
회사에서 쳐지면 이 모든 것을 할 수 없어 불안해하는
그러다 보니 그것들이 아니면 내가 필요한가?
내 가치가 뭐였더라? 모르겠다..생각이 나질 않는다.
가만히 하나씩 치워보니 비어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강박적으로 지고다니던 의무감과 책임..
그리고 항상 확인하고 준비하고..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의 이름을
내 이름으로 믿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들..외아들이 다해야지
어떻게 키웠는데..
어떻게 키우긴요~ 무서워 꼼짝못하게 하는 부모와
매일같이 부수고 싸움에 그런 걸 보면서
주변으로 부터 나를 보호하고
주변의 안정이 곧 나의 안정으로 아는
그래서 우울 불안 강박을 생활화하게 잘 키 워주셨죠.
그래서 모두의 짐으로 내가 안보이게 가리며 살잖아요
못 벗어 날 것 같다.
안 벗어 나는 건가? 그냥 짐이라도 져주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희한한 결론..
일관성 없이 보이지만
나름 헛소리 치고는 지금 기분을 잘 쓴듯하다.
그냥 불안하게 우울하게 강박적인 나의 가치증명으로 살지뭐.
회사를 때려쳐도 마찬가지 일것 같다.
주변의 짐을 지기위해 무엇이든 또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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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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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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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충격으로 멈춰버린 삶과 불안을 글로 다듬어 나가는 일기이자 에세이 형식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상의 회복을 찾아가고 있는 내용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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