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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머리카락만 보이게

by 글씨가 엉망
치타델레 라는 말이 있다.
요새안의 독립된 작은 보루라는 뜻으로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작은 방을 의미한다.
나는 섬세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치타델레라고 생각한다.
챙겨야 할 것, 챙겨야 할 사람, 챙겨야 할 모든 감정들에서 벗어나
오직 나 자신만이 남겨진 시간과 공간이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돌 볼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 고립된 공간 속에서만 남들에게 수도 없이 제공했던 말을 자신에게 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너 괜찮아?"


치타델레..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독일어라고 한다.

요새 안의 독립된 작은 보루... 우리말로 하면 숨어있기 좋은 방 쯤?

아니면 나만의 다락방?

어찌 되었든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말하는 것 같다.

너무 많은 관계와 정보 속에서 나만을 챙기기 위한 장소.

그 장소는 꼭 숨어있기 좋은 곳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딱 머리카락만 보일 만큼 숨어 있을 수 있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삶에서 도망치지도 않고

잠시 나를 놓아두고 토닥여 줄 수 있는 장소.

그런 시간 모두를 의미하는 단어일 것 같다.


차안이 되었든, 회사의 계단이든 어디든 상관 없다.

머리카락마저 보이지않게 숨는다면 그것 또한 주변과의 단절로

나를 챙긴다는 의미가 퇴색될 테니까.

그렇게 머리카락만 보이는 상태에서 조용히 나에게 물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 "너 괜찮아?"

<또 나> "아니. 안괜찮아."

<나> "그럼 조금, 아니 니가 괜찮아 질 때까지 쉬었다가자."

<또 나> "그래도 될까? 그런데 어떻게 쉬는지 까먹었어."

<나> "그냥 지금처럼 가만히 있어도되.. 뭘 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 "도망치지 않는 것도 대단한거야. 형편없는 세상을 그대로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가끔은 항상 무언가 해야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지금은 무엇을 하기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를 받아들여줘야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인용

(1)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中 섬세한 사람 일수록 번아웃이 자주온다 / 태수 (페이지2북스 202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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