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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문 앞을 서성이던 날들과 첫 진료일

처음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간 날

by 글씨가 엉망

예약하고 나서도 진료일 까지 남은 한달 동안 무척 망설였다. 내가 그 병원을 꼭 가야하나?

정신건강의학과라는 낯선 이름이 계속 발길을 잡았던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은 이 상태로 지낼 수 없어서

결국 예약한 날짜에 찾아갔다.

찾아가니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에 다들 왜 이런 병원에 왔지?라는 의문이 들 것같은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읽고, 잡담을 하며 앉아있었다. 어라..이거 분위기가 의외로 괜찮네.. 처음 병원문을 열고 들어왔을때의 긴장감은 어느정도 사라지고 접수를 하러 갔다.


접수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수십장짜리 검사지...하...이거 체크하다가 병 걸릴것 같았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내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한테 내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결국 검사지 체크가 끝나고 처음으로 한

이야기가 잠을 좀 자고 싶다고 이야기 했던 것 같다.

검사지를 작성하면서 문항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모두 해당되는 내용처럼 느껴졌다.

불안.. 불면.. 공황.. 우울...관련 문항들이 해당이 안되는 것이 없었다. 검사지 작성을 마치고 가만히 앉아 진료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이름이 불려졌다.

진료실 문을 조심히 열고 나의 첫 병원원장님과 대면진료를 시작했다.

[원장님] (검사결과를 들여다보며) 어서오세요,

[나] 네 안녕하세요.

[원장님] 어떤 점이 불편하신건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나] 3일간 잠을 거의 못잤어요.. 잠을 자고 싶어요. 잠이 들지도 않고 잠이 들어도 새벽에는 한두시간마다

깨서 거의 못자는 상황이예요

[원장님] 평상시에도 잠을 잘 못주무시나요?

[나] 네.. 평상시에도 잘 못자는 편인데 요 며칠은 거의 못잤어요..

[원장님] 결과지를 보면 공황장애와 불안장애 그리고 불면증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렇게 면담이 이어지는데 나는 조금 더 개인적이고 과거의 살아온 삶이나 현재의 어려움과 같은 구체적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그런 면담 장면을 상상하고 왔지만 첫 진료라 그런지 결과지를 놓고 우선 증상을

파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에 내린 진단은 불안장애 및 공황장애, 특정공포증, 불면증 진단을 받고 수면제를 포함한 5~6가지 약이 처방되었던 것 같다. 수면제, 수면유지제, 벤조디아제핀 계역 약들을 처방받았던 것 같다. 진료일 저녁 약을 먹고 자리에 누워 있으니 정말 오랜만에 밤에 잠이 들고 아침에 깨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나을 리가 없었고, 생활과 생각 그리고 생활에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꾸준한 약

복용과 운동,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들을 당분간 부딪히지 않는것...


이제보니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답을 쓰고 나서 채점을 하는 것처럼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편했다.

다음 진료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진료와 상담이 진행된다고 하셨다. 어디서부터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나하는 마음에 노트북을 펼쳐들고 내가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자서전식으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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