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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와 에고이스트

by 글씨가 엉망

나르시시스트와 에고이스트를 단순히

좋다 나쁘다의 범주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나를 위해 타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라는 관점에서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적 사고의 지배를 받는다.

이는 흔히 정신건강학에서 다루는 자기애적 성격장애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는 자기애의 이상적 가치를 완전히 실현할 수는 없지만,

그 가치는 그의 삶을 지배하는 기준으로 남는다.


그러나 극한의 상황에서 그는 자신을 낮출 수 없고,

결국 자기 자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

타인의 인정이나 설득 없이는 자신을 온전히 인정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하면서도 필연적인 자기 내적 한계가 그를 규정한다.


반면, 에고이스트는 또 다른 결을 가진다.

심리학적 에고, 슈퍼에고 등의 개념에서처럼,

자아와 내적 규범에 근거한 사고와는 달리,

에고이스트의 사고는 본능적이며 자기 중심적이다.


그는 자신의 존재와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인정이나 존재 필요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그의 사고는 필연적으로 자기 보존과 자기 지향적 목표에 수렴하며,

그 점에서 나르시시스트와도 다른,

냉정하면서도 근본적인 자기 지향성을 보여준다.


결국 나르시시스트와 에고이스트를 이해하는 핵심은,

그들을 선과 악의 도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본적 긴장—자기와 타인, 이상과 현실, 욕망과 한계—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위치시키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사유에 있다.


그 사유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관계와 기대,

그리고 자기 존재의 조건을 보다 깊이 성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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