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상담과 사업이 좋아서 버텨냈던 제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다 잘 해내야 한다는 스스로의 강박이었던 것 같아요.
일만 하던 싱글 시절과 결혼 후 아내와 엄마가 되어 일하는 시절은 일하는 방법도 달랐어야 하는데 말이죠. 저는 그저 다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었어요.
워킹맘으로 떳떳하고 싶었거든요. 아이 핑계를 대기 싫었고, 이래서 여자들은 안된다는 평가도 듣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육아와 집안일은 제일 후순위로 미루기 일쑤였죠. 그렇게 한다고 해서 회사 일을 제 마음껏 완벽하게 해내지도 못했어요.
회사를 다니고 5년 차가 넘어가니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극히 드물어지더군요. 대외적인 회의와 정치적인 업무가 많아졌고, 실무는 모두 팀원들에게 맡겨졌어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남을 나처럼 일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중간관리자가 되어서 알았어요.
모두 다 나처럼 일하지 않는구나.
모두 다 나처럼 생각하지도 않는구나.
나와 다른 사람들을
나처럼 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구나.
저에게는 소중한 청소년 상담과 사업이 누군가에게는 그냥 적당히 1,2년 경력 채우는 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월급 받는 만큼 일해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죠.
모두에게 미안하고 화가 나던 그때,
다정해서 견딜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어느 날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책상에 웬 택배가 도착해 있더군요. 이게 뭐지? 하는 마음으로 확인했어요.
택배는 바로 친한 친구가 보낸 선물이었어요. 커피와 사탕, 과자, 그리고 딸아이를 위한 작은 선물도 들어있었어요.
친구는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려가는 제가 친구지만 정말 존경스럽다며... 다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손 편지까지 꾹꾹 눌러 담아 보냈더라고요.
다른 직원들이 있어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얼마나 마음이 뜨거워지고 벅찼는지 몰라요. 내가 잘 살고 있다는인정을 받은 기분이었거든요.
언젠가 다른 한 친구도 회사에서 편히 마시라며 아이스 라테 믹스를 두 박스를 보내주었어요. 츤데레 친구라 표현은 투박했지만, 담긴 마음 만은 보드라웠죠.
몸도 마음도 헝클어졌던 그때, 저에게 다정해서 견딜 수 있었던 순간을 선물해 준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한없이 다정해서 견딜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받았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