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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쑥에게 배우는 봄의 힘

18화 사소함에 뭉클

by 뉴우바 Mar 23. 2025


 바람은 아직 차고 봄 햇살은 따스하다. 팔랑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길에 나선다. 늘 걷던 거리인데도 어느 순간 문득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길가에 무리 지어 자란 어린 쑥이 눈에 들어왔다. 차가운 땅을 뚫고 올라온 그 생명들이 작지만, 당찬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린 쑥은 오래전부터 식용이나 약용으로 우리 삶 속에 함께해 왔다. 봄철 밥상에는 향긋한 쑥국이나 쑥버무리가 빠지지 않았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신 따끈한 쑥떡을 떠올리니 마음마저 포근해진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무리 지어 자라난 쑥을 보며, 그 생명력에 감탄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쑥을 한 줌 뜯어볼까 하다 문득 손을 멈췄다. 


 쑥도 살아보겠다고 자리를 잡은 터전인데, 어리다고 함부로 해도 되는 걸까. 돌 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내와 버팀이 있었을까. 그 작고 여린 식물 안에 살아남기 위한 강인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생각에 쉽게 손을 댈 수 없었다. 그 작은 쑥 하나에도 삶의 의지가 있고, 생명력이 있다. 한 그루 나무처럼, 한 사람의 삶처럼, 아무리 여려 보여도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며 살아가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쑥처럼 살아간다. 차가운 시련 속에서도 다시 햇살을 향해 나아가고, 혼자가 아닌 주변과 어우러져 자라나며 자신만의 터전을 만들어 간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닐 수 있는 존재도 스스로에겐 절실한 삶의 이유가 된다. 그렇게 봄은 우리에게 또 한 번의 희망과 생명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여린 쑥에서 배운다. 살아가려는 마음의 힘,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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