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_사소함에 뭉클
월요일 아침은 바쁘다. 사과와 삶은 달걀로 간단히 요기를 한다. 휴일은 짧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고 주말 이틀만 쉬니, 당연히 그렇게 느껴진다. 주말의 여운을 뒤로하고 다시 일터로 나선다. 출근길, 학교 앞을 지나며 매일 마주하는 진풍경에 잠시 마음이 느긋해진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 앞까지 바래다주고, 아쉬운 듯 손을 흔든다. 하지만 아이들은 친구를 발견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교문 안으로 사라진다.
사무실에 들어서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노동 모드로 전환한다. 직원이 대만 여행에서 사 온 과자를 나눠준다. 옳거니, 잠시 수다를 떨며 휴일의 미련을 곱씹는다. 하지만 9시가 되자 못다 한 이야기를 접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한다. PC를 바짝 당기고 거북목 자세로 모니터를 응시한다. 몸은 빠르게 적응하고, 손가락은 자판 위에서 춤을 춘다.
전화벨이 울린다. 어깨와 목 사이에 수화기를 끼운 채 모니터를 응시하며 통화한다. ‘오늘 중으로 마무리할게요.’ 기획서를 빨리 끝내 달라는 재촉에 영혼 없는 대답을 남기고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잘 작성하고 있던 기획안을 재촉받으니 은근히 늦장부리고 싶어진다. 그래도 얼른 끝내기로 마음먹는다. 커피 한 모금이 마법을 부린다. 막히던 기획서 작업이 술술 풀린다. 보고할 출력물이 나오자 뿌듯하다. To-do 리스트에서 마무리한 업무에 빨간 줄을 긋는다.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지만, 잠깐의 여유를 누려본다.
건너편 동료가 연신 손짓을 한다. 모니터를 가리키며 무언가 꼬인 모양이다. ‘라떼는 말이야’ 하며 훈수를 뒀다간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동료가 설명할 때까지 기다린다. 난관에 부딪힌 이유는 안다. 업무는 지침과 법적 기준에 따라 처리하면 되지만, 적용이 애매한 부분이 문제다. 양자택일해야 하는 순간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동료는 현명했다. 모르거나 확신이 없을 때는 도움을 청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럴 땐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시각을 달리하면 새로운 길이 보이고, 유연한 사고가 절충안을 만든다. 동료는 경쟁자이자 협력자다. 업무는 나 혼자 하는 것 같아도 실타래처럼 서로 얽혀 있다. 작은 격려와 응원 속에서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받는다.
조직 안에서 몸부림치며 힘들 때도 있다.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책임감이 버거울 때도 있다. 저마다의 어려움과 역경은 다르지만, 함께 버티고 나아가는 동료가 있기에 직장 생활은 해볼 만하다.
오늘도 내 자리에서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곳은 나를 성장시키는 디딤돌이자, 매일 새로운 시간을 살아갈 힘을 주는 곳. 바로 나의 직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