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55분.
출근하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오늘은 비교적 한가한 날이 될 것 같았다.
일정도 빡빡하지 않고, 마감일도 멀리 있다.
어쩌면 정시에 퇴근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띵!"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클릭했다.
그리고, 내 하루는 망했다.
"긴급"이라는 두 글자의 파괴력
메일 제목은 단순했다.
[긴급] 오늘까지 정리 부탁드립니다.
...긴급?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이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들은 적이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일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긴급"이라는 이름을 달고 내 앞에 나타났다.
긴급 메일 = 나의 일정은 없다.
나는 조심스럽게 메일을 스크롤했다.
그리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첨부파일 용량: 20MB
참조된 사람 수: 10명 이상
이건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
이건 누군가가 폭탄을 던지고 도망친 상황이다.
나는 손을 떨며 다시 메일을 읽었다.
"이 작업은 간단한 사항이니, 빠르게 검토 및 확인 부탁드립니다."
간단한 사항??
빠르게 검토??
이 문장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해석이 필요하다.
"간단한 사항입니다." → "복잡한데 설명이 귀찮아서 이렇게 씁니다."
"빠르게 검토 및 확인 부탁드립니다." → "다른 사람들은 이미 손 뗐으니 네가 알아서 해라."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루는 망했군."
메일을 보낸 사람은 늘 평온하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이 메일을 보낸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혹시 회사에 있다면
직접 찾아가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 회신] 저는 오늘 외근이라 연락이 어렵습니다.
역시나.
이메일 한 통을 던져놓고,
이제 연락이 안 되는 상태다.
어쩐지... 너무 평온하더라니.
혼자 남겨진 자의 고민...
나는 한숨을 쉬며 메일을 다시 읽었다.
이걸 오늘 안에 끝내려면
점심시간은 포기해야 한다.
심지어, 이 업무는 내가 원래 담당이 아니다.
그냥… 가장 한가해 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게 온 것 같다.
사실, 나는 오늘
평화로운 하루를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메일 한 통으로 모든 일정이 날아가 버렸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제...
오늘이 길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