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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한 통이 하루를 망친다

by 이자까야 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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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55분.


출근하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오늘은 비교적 한가한 날이 될 것 같았다.

일정도 빡빡하지 않고, 마감일도 멀리 있다.


어쩌면 정시에 퇴근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띵!"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클릭했다.

그리고, 내 하루는 망했다.


"긴급"이라는 두 글자의 파괴력

메일 제목은 단순했다.


[긴급] 오늘까지 정리 부탁드립니다.


...긴급?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이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들은 적이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일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긴급"이라는 이름을 달고 내 앞에 나타났다.


긴급 메일 = 나의 일정은 없다.


나는 조심스럽게 메일을 스크롤했다.

그리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첨부파일 용량: 20MB

참조된 사람 수: 10명 이상


이건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

이건 누군가가 폭탄을 던지고 도망친 상황이다.


나는 손을 떨며 다시 메일을 읽었다.

"이 작업은 간단한 사항이니, 빠르게 검토 및 확인 부탁드립니다."


간단한 사항??

빠르게 검토??


이 문장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해석이 필요하다.


"간단한 사항입니다." → "복잡한데 설명이 귀찮아서 이렇게 씁니다."

"빠르게 검토 및 확인 부탁드립니다." → "다른 사람들은 이미 손 뗐으니 네가 알아서 해라."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루는 망했군."


메일을 보낸 사람은 늘 평온하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이 메일을 보낸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혹시 회사에 있다면

직접 찾아가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 회신] 저는 오늘 외근이라 연락이 어렵습니다.


역시나.

이메일 한 통을 던져놓고,

이제 연락이 안 되는 상태다.


어쩐지... 너무 평온하더라니.

혼자 남겨진 자의 고민...

나는 한숨을 쉬며 메일을 다시 읽었다.


이걸 오늘 안에 끝내려면

점심시간은 포기해야 한다.


심지어, 이 업무는 내가 원래 담당이 아니다.

그냥… 가장 한가해 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게 온 것 같다.


사실, 나는 오늘

평화로운 하루를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메일 한 통으로 모든 일정이 날아가 버렸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제...

오늘이 길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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