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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 vs 금요병, 둘 다 걸리면 답 없음

by 이자까야 Mar 10. 2025


월요일 아침 8시.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 피곤하지?’

출근길이어서 그런 걸까?

어제 늦게 자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냥 회사라는 존재 자체가 나를 피곤하게 하는 걸까?


고개를 살짝 돌려 주변을 살펴봤다.

내 옆의 직장인들도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초점 없는 눈빛, 축 처진 어깨, 무표정한 얼굴.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무의미하게 내리고 올리고,

누군가는 머리를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출근하는 순간부터 벌써 지쳐 있다니,

이건 뭔가 이상하다.

‘이거 혹시... 월요병인가?’


월요병이란?

월요일이 되면 피곤하고 의욕이 사라지는 증상.


출근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비롯된다.

나는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건 명백한 월요병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금요일에도 똑같이 피곤했다.

출근길에 이미 탈진한 상태였고,

"오늘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하지만 정작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팀장이 말했다.


“오늘 회의 끝나고 잠깐 정리 좀 하자.”

그 ‘잠깐’이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단어인지,

직장인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금요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회사 문을 나섰고,

내 주말은 거의 반쯤 날아갔다.


금요병이란?

주말을 앞두고 해방감을 느껴야 하지만, 업무 압박과 야근으로 인해 피로와 허탈함이 몰려오는 증상.

특히, ‘오늘만 버티면 된다’는 희망이 깨질 때 발병한다.


그렇다.

나는 월요병과 금요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상태였다.

이쯤 되면 일주일 내내 병에 걸려 있는 것 같은데…

이러다 직장 생활이 아니라 병원 생활을 하게 되는 거 아닐까?


“주말 잘 보냈어요?”

회사에 도착해 자리에서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있는데,

옆자리 동료가 인사를 건넸다.


“주말 잘 보냈어요?"

사실 이 질문은 참 묘하다.


직장인들에게는 "주말 잘 보냈어요?”가 아니라

“주말이 있긴 했어요?”라고 물어야 맞다.

나는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그냥... 쉬었어요.”


그런데 사실,

나는 주말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토요일에는 출근하는 꿈을 꿨다.

일요일에는 ‘내일 출근’이라는 현실에

저녁부터 우울감이 몰려왔다.

결국 내 주말은 온전히 출근 공포에 시달리며 지나갔다.


팀장님의 ‘월요병 해결법’


그때, 팀장님이 나타났다.

“자, 다들 주말 잘 보냈지?"

이 질문, 너무 싫다.

그리고 왜 월요일 아침부터 ‘주말’을 과거형으로 만들어버리는 건데?


팀장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태연하게 말했다.

“월요일이 힘들 땐, 그냥 몸을 움직여야 돼.”

그러면서 갑자기 일을 척척척 던지기 시작했다.


메일 정리, 자료 업데이트, 팀 회의 준비...

월요일이라 힘들었던 우리는

어느새 ‘업무 폭탄’을 맞고 더 힘들어졌다.

“이게 무슨 월요병 해결법이야, 월요병 악화법이지.”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왜냐하면...

오늘도 퇴사는 못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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