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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벌써 지쳤다

by 이자까야 Mar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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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30분.

눈을 뜨자마자 퇴사를 고민했다.

아니, 고민이라기보다 거의 반사적인 반응이다.


평일 아침만 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생각.

특히 월요일이면 퇴사 욕구는 최고조에 달한다.

하지만 5초 만에 현실이 따라온다.

카드값, 월세, 보험료, 각종 공과금.

그리고 무엇보다 내 통장 잔고.


‘그래... 오늘만 버티자.’

매일 하는 다짐을 반복하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세수를 하고, 대충 옷을 입고, 커피 한 잔을 들이켰다.

아직 출근 전인데 벌써 피곤하다.


밖으로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모두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무표정. 생기 없음.

눈빛은 초점을 잃었고, 발걸음은 무겁다.

이건 마치 회사로 향하는 출근 의식 같다.


누군가는 이어폰을 끼고, 누군가는 스마트폰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모두가 알고 있다.

오늘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가 펼쳐질 거라는 걸.


그렇게 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기다렸다.

멀리서 전동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눈앞에서 문이 열리는 순간, 출근 전쟁이 시작됐다.

“안쪽으로 좀 들어가 주세요!”

역무원의 외침이 들렸지만, 이미 지하철 안은 물리적으로 더 들어갈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도 거기에 휩쓸려 등 떠밀리듯 지하철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숨은 쉬면서 가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사치였다.

사람들 사이에 낀 채 한쪽 팔을 어색하게 들고 있는지, 내리고 있는지 모를 불편한 포즈로 고정되었다.

이대로 40분을 가야 한다.


“죄송합니다.”

옆에 서 있던 사람이 가방을 돌리면서 내 옆구리를 세게 찔렀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 입을 열면 내 입김이 누군가의 얼굴에 직격 할 위험이 있어 참기로 했다.

출근길이 힘든 이유는 단순히 지하철이 혼잡해서가 아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이미 피곤하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다.

하지만 회사가 있기 때문에, 출근할 수밖에 없다.


지하철이 한 정거장 한 정거장 지나갈수록 내 체력도 같이 소진되는 기분이었다.

출근도 하기 전에 이미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100%를 찍었다.


드디어 회사가 있는 역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 틈을 비집고 빠져나왔다.

지하철에서 해방된 기쁨도 잠시, 회사 건물이 보이자 다시 한숨이 나왔다.


“오늘 진짜 퇴사해야겠다.”


이 생각, 오늘만 한 게 아니다.

어제도 했고, 저번 주에도 했고, 몇 달 전에도 했다.

하지만 아직 오전 9시도 되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버티려면 커피 한 잔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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