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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1분 늦었다가 팀장님한테 걸림

by 이자까야 Mar 17.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오전 11시 55분.

책상 위의 시계가 점심시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이 회사에 다닌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순간은 점심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 점심시간은 신성한 시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오후 업무의 컨디션이 결정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잠깐만, 이거 한 가지만 확인하고 가자.”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이라는 말은 믿으면 안 된다

팀장님의 “잠깐”이라는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이걸 잡으면 점심시간이 늦어진다.

하지만 거부하면, 팀장님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다.

회사에서 밥보다 중요한 건 사람 관리다.


나는 결국 의자를 돌려 팀장님의 자리로 갔다.

“이거 5분이면 될 거야.”

그 말을 믿으면 안 됐다.

5분이면 끝날 일이었으면 애초에 나를 안 불렀겠지.


점심시간은 소리 없이 지나간다.


팀장님은 뭔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용을 듣고 있었지만,

솔직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중요한 건 회의가 아니라 점심이었다.


시계를 슬쩍 봤다.

12시 05분.


이미 점심시간이 시작된 지 5분이 지났다.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하나둘씩 식당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속으로 외쳤다.


“나도 데려가 줘...”


하지만 팀장님은 여전히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해방, 하지만 늦었다.


12시 15분.

드디어 팀장님의 이야기가 끝났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모든 사람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움직였어야 했는데,

나는 이미 늦어버렸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

동료들은 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식판을 들고 빈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간신히 자리를 잡고 숟가락을 들려는 순간...


“어?”

팀장님이 나를 보고 말했다.


팀장님의 따가운 눈총

나는 멈칫했다.

팀장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조용히 한 마디를 던졌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이 질문, 대체 왜 하시는 걸까...


분명히 팀장님이 나를 붙잡고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왜 늦었냐고 묻는 걸까?


나는 속으로 외쳤다.

"바로 당신 때문인데요!!!"


하지만 실제로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아... 네, 잠깐 정리 좀 하느라요.”

이었다.


팀장님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용히 숟가락을 들었다.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직장인의 법칙: 점심은 12시 정각에 시작해야 한다.


이후로 나는 깨달았다.

점심시간은 12시 정각에 출발해야 한다.


1분이라도 늦으면

자리도 없고, 팀장님의 눈총도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밥을 편하게 먹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남은 점심시간 동안

빠르게 밥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리에서 조용히 다짐했다.

"내일은 절대 늦지 않겠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언제든 팀장님이 “잠깐” 보자고 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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