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
내가 어릴 적 살던 시골동네에 어느 날 곳곳에 산딸기나무가 심어지기 시작했다. 산딸기를 팔면 돈이 꾀 되었던 터라 동네 어른들이 너도나도 여기저기에 산딸기를 심었었다. 우리 가족도 그랬는데 집 앞이며 농장 뒤며 곳곳에 산딸기나무를 심어두었더랬다. 6월이 가까워지면 산딸기나무에 열매가 빨갛게 익기 시작하는데 2~3주 정도는 산딸기 열매가 계속 나온다. 이때가 되면 동네 어르신들은 챙이 넓은 모자와 장갑을 끼고 산딸기를 따신다.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면 나도 산딸기를 땄었다.
한낮에 산딸기를 따면 너무 덥기 때문에 아침 일찍이나 저녁쯤에 땄었는데, 정말 하기 싫었다. 일찍 일어나고 일하는 걸 좋아하는 초등학생이 어디 있을까? 나무에는 작은 가시도 있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따끔하고 땀이 비 오듯 왔다. 얼마나 더웠는지 틈틈이 얼음을 탄 미숫가루를 먹었는데도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화장실을 안 간 적도 있었다!
아빠는 딸기들이 흐른다고 표현하셨다. 딸기들 흐른다고 떨어지는 거 아깝다고 맛있는 거 사준다고 얼른 좀 따자며 어르고 달래셨다. 싫다고 내팽겨 쳤다가 또 엄마 아빠가 뙤약볕에서 따시는 모습을 보면 엄마의 커다란 난방과 모자를 주섬주섬 쓰고 나갔었다.
그런데 어느 날 농장 일도 바빴던 아빠는 산딸기를 따서 버는 돈은 다 나를 주겠다고 하셨었다. 내가 따는 만큼 다 내 돈이 되는 거였다! 그동안 수수료라며(땅값, 물값, 관리 값 등등) 엄청난 돈을 떼고 남은 돈을 주셨는데 다 나 하라고 하니 일할 의욕이 엄청났다. 동생과 나는 정말 열심히 산딸기 열매를 땄다. 스스로 일찍 일어나 흘러내리던 딸기들을 열심 주워 바구니에 담았다. 한 박스를 만들어 낼 때마다 꼼꼼히 수첩에 적어 기록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나는 핸드폰을 샀었다.
어차피 사 줄 때가 되었다 생각하신 부모님은 냉큼 사도 된다고 하셨다. 장윤정의 어머나 곡으로 선전을 하던 폴더폰을 샀었는데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나의 첫 핸드폰은 그렇게 가지게 되었다. 그 시절 그 폰은 최신 폰이었고 그 시골 동네에 그 폰을 들고 있는 유일한 학생이었다. 나는 그렇게 돈 맛을 알아버렸다. 이제는 산딸기나무는 다 베어 버리고 없다. 관리도 힘들고 예전만큼 돈을 많이 벌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맘 때가 되면 산딸기로 쏠쏠히 용돈을 벌던 그때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