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제주 최고의 러닝코스를 다녀오며
내가 러닝코스를 정할 때
처음에는
이번엔 어디를 달릴까 하면서 네이버로 러닝코스를 찾아보고,
전에 봤던 "제주를 달리는 64가지 방법"이라는 책도 참고해 보기도 하고,
그다음
공항에서 가져왔던 제주 지도를 꺼내어 들여다보면서 대략 해안도로 쪽으로 정한 후,
이 코스를 실제로 달리는지, 달리는 사람들의 후기가 있는지 찾아보며 참고해 보고,
마지막으로는
그 코스를 달리면 왕복 몇 킬로 정도 될지 네이버 지도로 확인한 후에,
티맵으로 우리 집에서는 얼마나 걸리는지 등의 여러 가지 정보수집 단계를 거친다.
쉘위런에 8번째로 업로드할 차례.
이번에는 "사계항에서 송악산까지" 왕복 6.5킬로 정도의 코스로 정했다.
여력이 있다면 송악산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까지 찍으면 좋은데, 아쉽게도 나의 중고 고프로는 1시간 이상은 촬영이 안 되는 것 같다. 맨 처음 촬영하던 날 고프로를 켜고 55분쯤 달린 후 확인했더니 이미 꺼져있어서 그때 당황한 후로는 50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촬영하려고 한다. 물론 초기에 내가 고프로를 잘 다루지 못할 때 설정을 적절하게 하지 않은 상태여서 더 길게 찍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나도 평소 조깅할 때에는 10킬로 까지는 달리지 않아서 주로 쉘위런에는 5-7킬로 정도의 거리가 주로 업로드되고 있다.
천천히 7킬로 거리를 1시간 이내의 시간으로, 이것이 나의 평소 펀런(fun run), 그러니까 즐겁게 즐기면서 하는 적당한 거리와 속도의 러닝페이스이다. 제주생활 6개월이 흐른 지금은 속도에 욕심을 내고 훈련하면서 15킬로도, 1시간 반도 가능하지만.. 그것은 펀런은 아니고 훈련일 때에만 그렇게 할 뿐이다.
러닝 촬영을 하기 전날 밤, 자기 전에 폰의 메모장을 열어서 내일의 러닝 계획을 적었다.
날씨도 확인하고, 옷이랑 준비물을 거실에 꺼내두고, 타이머를 맞춰놓고 잤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창 밖을 보니 비가 오고 있었고 무지개가 떠 있었다.
왠지 곧 날씨가 갤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우비를 챙겨서 나갔다.
사계항에 도착해서도 비가 오고 있었다.
아직 4월이라 젖은 옷을 계속 입고 달리면 감기 걸릴 것 같아서 우비를 입고 달리기 시작했다. 우중런도 좋다. 그러나 일 이십 분 정도 달리다 보니 너무 더워서 우비를 풀어헤쳤다. 비가 많이 오는 건 아니었어서 그냥 처음부터 맞고 달릴걸 싶었다. 너무너무 더웠고, 이내 비도 그쳤다. 더워죽겠는데 달리는 동안 우비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비가 그친 후 공기는 너무 상쾌했고 날씨도 좋아지면서 풍경이 너무너무 환상적이었다. 제주를 다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여기가 바로 제주 최고의 러닝코스다 싶은 feel 이 딱 왔다.
이 코스는 길도 험하지 않고 바다가 잘 보이며, 송악산으로 가는 방향에는 송악산과 바다 저 멀리 형제섬이 보이는 뷰에, 다시 사계항으로 돌아오는 방향에서는 산방산과 또다시 형제섬이 보이는 뷰로 날씨가 좋던지 안 좋던지 상관없이 마냥 좋은 코스일 듯하다.
6시에 일어나서 8시 반에 집에 오는 계획이었는데 러닝을 마치고 정확히 8시 반에 집 앞에 주차를 했다.
내가 메모장에 적었던 그 시간과 일치했을 때 오는 그 작은 희열.
이것이 바로 계획적 닝겐의 기쁨이 아닌가 싶다.
내가 달릴 때는 이 코스가 그렇게 유명한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이미 유명해서 많이들 알고 있고, 많이들 달리는 코스인 것 같다. 연예인 누구도 여기를 달린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었다.
그리고 내유튜브에 몇 안 되는 구독자 중에 제주의 어느 러너 유튜버분께서 이 코스 한번 가봐야겠다고 댓글을 달아주셨었는데, 어느 날 진짜 그 코스로 러닝을 하고 난 후의 영상을 올리면서 유튜버 쉘위런 님의 추천으로 왔다고 언급하셨는데, 하 그 기쁨이란. 이게 바로 내가 원한 나의 유튜브의 목적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러닝 코스를 알리고 싶은 마음.
그래서 다음에는 어느 코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