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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May 29. 2024

epoche (판단정지)

시 poem


뒷테이블의 여자는 평범하다

아무런 감성도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여유도
아무런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피사체

선명한 분홍 빛 입술 안에 도드라진 혀의 미각이 분명히 있을 텐데...

회피일 까, 체념일 까... 아니면
어떠한 의식도 표현하지 않는
또 다른 나일 까...

그녀가 일어난다

여자는 숨을 헐떡이며 샵 문을 박차고 나간다

누구일 까...

무엇을 두고 온 것일 까

허상
지나간 기억

Husserl의 판단 중지처럼 생각을 안하고 싶다

에포케...

끊임없는 뇌신경의 혼란은 신의 장난일 까

왜 내게 솔직하지 못 했을 까

너와 머물렀던 여운...
카페인의 교감신경이 항진되는 삶의 발작

' 제발...
같이 있게 해주세요... '

창밖에 아른 거리는 기억의 남자에게
말을 붙인다

그 끊임없는 키스

손 끝에 전해지는 유리의 불투명함...

커피 온기로 흐려지는 시야를
그가 남긴 머플러로 닦아낸다

아픔

그 순간 찾아온...

숨이 멎을 듯한 고통

나는...

쏟아지는 무언가를 남긴 채로


헐떡이며 그 자리를

뛰쳐 나간다

이제서야 느껴버린 판단 정지...

커피숍...

그리고 그녀의 존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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