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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XL, 나의 투자를 비추는 거울

by 식물감각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정직하게 비춰주는 차트를 하나 알고 있다.

그것은 다우지수도 S&P500도 아니었다.

바로 SOXL(미국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

기술주의 분노와 욕망,

탐욕과 공포가 증류된 곡선.

나는 그 차트를 수없이 들여다보며 나의 심장을 쳐다보았다.

그 곡선이 솟구칠 때 나는 고양되었고,

그것이 주저앉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이 상품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동시에 그 위험만이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는 것도 알았다.

“레버리지가 아니면 평범한 인생을 바꿀 수 없다.”는 슬로건을

어떤 주식 실용서에서 보고 난 뒤

SOXL을 처음 마주했다.

나는 흔들리는 심장을 잡지 못했다.

이 주식은 욕망의 곡선이었다.

하루에 10% 이상으로 오르거나 내리는 변화는 나의 감정을 맨살로 드러나게 했다.

수익이 났을 땐 세계를 다 가진 듯했고,

손실이 닿았을 땐 자신의 무가치함마저 느꼈다.

SOXL은 내 계좌에 숫자를 남기기 전에 내 자존감에 흉터를 새겼다.

나는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도, 팔기 전에도, 내 감정의 움직임을 느꼈다.

그건 차트를 읽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읽는 일이었다.

주식 투자는 타이밍의 예술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는 감정의 연주에 더 가깝다.

나의 탐욕은 언제 깨어나는가.

두려움은 언제 말을 걸어오는가.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이 차트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나 그 자체였다는 것을.

주식투자란 종목이 아니라 자아를 투영하는 프레임이다.

SOXL은 나의 극단적인 부분,

내가 가장 숨기고 싶은 본능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거울이었다.

나는 이 거울을 매일 들여다보며

나의 뼈대와 생리를 파악해 갔다.

나의 투자법은 이 거울에서 비롯되었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한편,

감정의 리듬을 이해하고, 욕망과 타협하며 생존하는 법.

나는 여전히 SOXL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흔들린다.

그러나 예전과 달라진 것은

이제는 그 흔들림을 감정이 아닌 구조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래프 안에는 리듬이 있다.

SOXL의 상승 리듬은 다른 종목에서 맛볼 수 없는 강렬함이 있다.

와인에도 완벽한 미각을 만족시키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몸과 영혼이 나도바람꽃처럼 떨리는 경험이다.

SOXL은 이제 나에게 거울이자 경고이자 일기장이다.

나는 그것을 보며 어제를 반성하고,

오늘을 읽으며, 내일을 준비한다.

그 곡선은 여전히 가파르고 여전히 잔인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본다.

이른 봄, 들판에 핀 한 떨기 나도바람꽃이 되어서.



� 스월링 노트 | SOXL, 나의 투자를 비추는 거울

1. 레버리지는 마음의 배율을 증폭시킨다

3배 레버리지는 수익도 손실도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은 내 감정이다.

SOXL은 시장의 곡선을 보여주는 동시에 나의 감정을 확대해 그려내는 정밀한 내면 투영 장치다.

2. 하루의 차트가 인생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SOXL의 1일 변동 폭은 때로 한 사람의 일생처럼 느껴진다.

처음엔 희망, 중간엔 긴장, 장 마감 무렵엔 절망.

이 감정 곡선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시장에서 겪는 내면의 리듬이다.

3. 진짜 거울은 나를 비춰 아프게 한다

SOXL은 내가 피하고 싶은 나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탐욕, 과신, 공포, 허세.

그 모든 것이 곡선 위에 떠오른다. 하지만 진짜 투자는 그 얼굴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4. 차트는 숫자가 아니라 고백이다

매매기록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어떤 순간에 흔들렸고, 어디서 무너졌으며, 무엇을 믿었는지를 보여주는 감정의 자서전이다. SOXL은 그 고백의 언어로 말한다.

5. 극단은 구조 속에서만 음미할 수 있다

레버리지는 본능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기술은 구조적이다.

감정으로 달려들면 망하고, 구조로 받아들이면 산다.

떫은맛이 탄닌이고, 탄닌이 구조가 되듯, 리스크도 감정에서 구조로 숙성되어야 한다.




� 추천 와인 : 다리우스 II, 카베르네 소비뇽(Darius II Cabernet Sauvignon 2018)

생산지 :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92%, 카베르네 프랑 8%

스타일 : 강력한 구조감, 농축된 과실미, 깊은 오크 숙성감

숙성 : 프렌치 오크 배럴 약 22개월 (80% 뉴 오크)

� 테이스팅 노트

진한 자줏빛.

코를 스치면서 농축된 검은 과실과 블랙베리, 삼나무, 약간의 바이올렛 향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입안에서는 카시스, 다크 초콜릿, 바닐라가 폭발하듯 퍼지고,

뒤이어 스파이스와 미네랄이 질서를 세운다.

매끄럽고 농도 깊으며, 견고한 탄닌 구조 위에 응축된 과실의 힘이 서서히 풀린다.

피니쉬는 블랙 올리브와 습윤한 토양, 흑연의 여운이 길고 강하게 이어진다.

완성도와 품격이 빛나는 걸작 와인이다.

투자는 숫자보다 마음의 리듬을 중시하는 예술이다.

그리고 와인은 그 리듬을 기억하게 한다.

이 와인은 당신의 오늘을 기억 속에 오래 남겨줄 것이다.

� 추천 이유

다리우스 II는 강렬한 힘과 깊은 구조 속에 미묘한 균형이 숨어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폭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수렴한다.

이는 마치 레버리지 ETF의 극단적인 진폭 속에서도 결국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과 같다.

주식하는 사람의 초상을 담아내기 위해 이 와인만큼 적합한 선택은 없다.

그래서 다리우스 II는 SOXL과 정반대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본질은 닮아 있다.

강렬하고 극단적이며, 그러나 철저히 구조화된 품격은 이를 증명한다.

모두가 북부 나파 밸리에 집중할 때,

남부 테루아가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내어

특별한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 도전과 신념의 아이콘이 된 와인이다.

이 와인을 마시는 경험은 한 잔 안에 들어있는 중력과 싸우는 일이다.

SOXL이 감정의 레버리지를 시험한다면, 다리우스 II는 그 감정을 품위 있게 숙성시킨다.

이 와인은 SOXL 투자자의 마음을 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이자 경고다.

정점까지 끓은 다음에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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