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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탄닌처럼 오래 남는다

by 식물감각

욕망은 언제나 잔에 남는다.

와인을 다 마신 후 잔 벽에 묻은 미세한 색소처럼,

혀끝에 남는 떫은 입자의 기억처럼.

처음엔 달콤하지만 끝에 가서야 비로소 그 구조가 드러난다.

욕망은 언제나 마지막 한 모금에서 진실해진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투자를 시작했을 때 나는 돈을 원했다.

그러나 곧 알았다.

내가 원한 것은 ‘이기는 쾌감’, 그리고 ‘우월감의 확신’이었다.

수익은 숫자보다 감정으로 오래 남았다.

그 감정은 때로 나를 부드럽게 만들었지만, 더 자주 날카롭게 세웠다.

결국 나는 수익이 아니라 ‘수익이 나를 어떻게 느끼게 하는가’를 탐닉하고 있었다.

욕망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모양을 바꿔 돌아온다.

돈의 형태로, 관계의 그림자로, 혹은 나 자신의 불안으로.

우리는 그것을 부정함으로써가 아니라, 인식함으로써만 자유로워진다.

나는 종종 탄닌이 강한 와인을 마시며 생각했다.

투자란 감정의 구조물이 아닐까.

부드럽게 시작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농축되고 떫으며 길게 남는 것.

그 여운이야말로 욕망의 본질 아닐까.

시장에서 나는 결코 쿨하지 않았다.

늘 욕망했고, 탐했고, 도취되었고, 후회했다.

하지만 그 후회는 나를 깎지 않고 다듬었다.

나는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

대신 관찰했다. 언제, 무엇에, 어떤 상황에서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지를.

그 곡선을 따라가다 보면 시장보다 내 안의 리듬이 더 크게 흔들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숫자는 위아래로 움직이지만, 감정은 원을 그리며 되돌아온다.

수익의 희열과 손실의 절망.

그 진폭 속에서 나의 본질이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형체를 드러낸다.

이제 나는 안다.

와인의 탄닌처럼,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숙성된다. 더 복합적으로, 더 정교하게, 때로는 더 위험하게.

그래서 나는 욕망을 경계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길들인다.

마치 나파 밸리의 데이비드 아브르가 빚은 토레빌로스 한 잔을 입안에 머금듯.

그 강렬한 탄닌 속에서 나는 싸우지 않고, 감정의 질감을 음미한다.

나파 밸리는 감각과 자본이 만나는 현대의 신화다.

짧은 역사 속에서도 세계 정상급 와인을 탄생시킨 이곳에는

‘욕망의 테루아’가 존재한다.

그 비옥함은 탐미와 야망이 뒤섞인 인간의 본능에서 온다.

데이비드 아브르는 첼리스체프와 위니아스키, 몬다비의 혈통을 잇는 완벽주의자다.

그의 포도밭에서 태어난 토레빌로스는 욕망의 가장 정제된 형태다.

과실의 관능과 구조의 질서가 동시에 존재하는 와인.

그 균형은 마치 투자자의 내면 같다. 감정적이되 통제된.

욕망을 부정하지 않고, 형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토레빌로스는 입안에서 폭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피어난다.

잘 익은 블랙베리와 카시스, 그리고 삼나무와 트러플의 그늘 속에서

욕망은 하나의 구조가 되고, 시간은 그 구조에 심지를 세운다.

그 여운은 감정의 기록처럼 오래 남는다.



� 스월링 노트 | 욕망은 탄닌처럼 오래 남는다

1. 수익보다 오래 남는 것은 감정이다

숫자는 사라져도 감정은 퇴적된다.

우리는 수익률이 아니라 그날의 감정 결을 기억한다.

2. 욕망은 떫은맛으로 돌아온다

처음엔 달콤하지만 끝에는 탄닌처럼 혀끝을 움켜쥔다.

그 잔향이 욕망의 본색이다.

3. 억눌린 욕망은 숙성된다

지워지지 않고 더 복잡한 곡선으로 되돌아온다.

진짜 투자자는 욕망을 제거하지 않고 감지하고 구조화한다.

4. 탄닌처럼 욕망은 익는다

세월이 지나며 부드럽고 복합적인 감정으로 변한다.

그 입체감이 투자자의 품격이다.

5. 욕망의 미각을 기억하라

탄닌의 입자를 기억하듯, 자신의 욕망의 리듬과 밀도를 기억하라.

익은 욕망만이 감정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 추천 와인 | 아브르 토레빌로스 (Abreu Thorevilos 2011)

생산지 :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품종 :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메를로

스타일 : 깊이 있고 강렬한 구조, 고농축 과실미, 장기 숙성 컬트 와인

� 테이스팅 노트

아브르 토레빌로스는 나파 밸리의 위대한 컬트 와인이자,

욕망의 농도를 가장 고혹적으로 표현한다.

잔에 따르는 순간 불투명에 가까운 검보라색의 컬러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첫 향은 농밀한 카시스와 블랙베리, 잘 익은 블루베리의 달콤하면서도 묵직한 과실 향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블랙 커런트, 자두, 건포도, 은은한 바이올렛과 라벤더의 플로럴 노트가 관능적으로 피어오르고

시간이 흐르면 에스프레소, 다크 초콜릿, 삼나무

그리고 흙 내음과 송로버섯의 깊은 그림자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잔에서는 압도적인 농축감과 구조가 느껴진다.

잘 익은 블랙베리와 카시스의 농밀한 풍미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뒤이어 감초, 흑연, 스파이스, 진한 페퍼민트와 젖은 자갈 향이 복합적으로 피어난다.

입 안에서는 고도로 농축된 과실과 견고한 탄닌이 세밀하게 구조화되어 있다.

산도는 세련되게 조율되어 와인의 무게와 농도를 균형 있게 지탱하며

알코올은 따뜻하고 풍부하게 바디를 완성한다.

피니쉬는 장엄할 정도로 길고도 깊다.

시간이 흐를수록 토양의 미네랄과 블랙커런트, 다크 초콜릿, 삼나무, 트러플 뉘앙스까지 섬세하게 교차하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듯 입안과 기억에 남는다.

컬트 와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 추천 이유

스크리밍 이글, 콜긴, 할란 등 나파 최고의 포도밭은 데이비드 아브르의 손에서 재탄생했다.

현존 최고의 빈야드 전문가인 그가 전설적인 와인 메이커 릭 포맨과 합작하여 만든 와인이

바로 이 토레빌로스다.

그래서 토레빌로스는 욕망이 얼마나 구조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와인이다.

감정적이되 통제된 풍미, 강렬하면서도 질서 정연한 탄닌의 구조는

마치 레버리지를 견딘 투자자의 내면과 같다.

이 와인은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와인이다.

나파 밸리의 한정된 테루아에서 탄생하는 극도로 드문 와인으로

그 자체가 희소성과 소유욕의 상징이다.

욕망은 순간의 충동처럼 다가오지만 탄닌처럼 오래 남아 기억과 감각을 지배한다.

한 번 입 안을 스치고 지나가도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짙게 각인된다.

아브르는 단순히 과실의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들의 와인은 부드럽게 포장된 관능 속에 철저한 구조와 깊이를 숨기며

시간이 지나야 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욕망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는 투자와도 닮아 있다.

시장에서의 욕망은 즉각적인 수익으로 드러나지만 그 흔적은 오래도록 잔존하며

우리의 의사결정과 감정을 지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시하고 스스로 길들일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무모한 감정을 덮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숙성시킬 수 있는 사람.

마치 투자의 세계에서 욕망을 외면하지 않고 그 구조 안에서 자신을 설계해 나가는 사람처럼.

토레빌로스는 욕망의 잔향이 입 안에서 사라지지 않음을 증명한다.

그 떫음이야말로 우리가 얼마나 진지하게 살아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고귀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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