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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by 식물감각

사람들은 종종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말한다.

나는 이 종목을 보유하고 있어,

이 주식을 오래 들고 있어.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주식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그것은 ‘갖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하고 있는 행위’다.

살고, 팔고, 기다리고, 고민하고, 견디고,

그리고 다시 선택하는 일의 연속이다.

나는 오랫동안 주식을 정지된 상태로 착각했다.

수익률은 계좌에 머물러 있는 숫자였고,

그래프는 과거를 기록한 도표였으며,

보유는 무언가를 쥐고 있는 안정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무너졌다.

그건 정적인 ‘갖고 있음’이 아니라,

매 순간의 ‘움직이고 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주식도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 종목의 등락은 내 하루를 흔들었고,

그 선택은 내 밤의 수면을 앗아갔으며,

그 결정은 내 감정의 강도를 매일 바꿨다.

나는 그것을 ‘동사’라 부르기로 했다.

투자는 늘 행위다.

방관할 수 없고, 침묵할 수 없고,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조차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Hold조차 하나의 선택이며,

Buy는 믿음이고,

Sell은 용기다.

좋은 와인은 동사다.

잔에 따르면 향이 피고,

입에 넣으면 구조가 흐르고,

시간이 지나면 성격이 달라진다.

그것은 머무르지 않는다.

숨 쉬고, 움직이고,

마시는 사람의 감정과 함께 변화한다.

투자란 숫자의 예술이다.

하지만 그 예술은 늘 감정의 리듬 위에서 춤춘다.

내가 주식을 와인처럼 느끼기 시작한 것은

그것이 정적인 수치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감정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였다.

삶도 마찬가지였다.

사랑도, 우정도, 욕망도

모두 ‘동사’였다.

멈춰진 것들은 죽었다.

움직이는 것들만이 살아 있었다.

그러니 당신에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투자는

정말 ‘하고 있는 중’인가?

아니면 그저 ‘가지고 있는 것’인가?

주식은 명사가 아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저 가진 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행동하는 자’다.

당신의 투자도, 당신의 감정도,

지금 이 순간,

한 문장의 동사처럼

살아 있어야 한다.

그 문장의 끝에는 당신의 호흡, 그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다.



� 스월링 노트 | 주식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1. 투자는 멈춤이 아니라 순환이다

보유란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당신 안에서 반복되는 리듬이다.

시장의 호흡과 감정의 진폭이 맞물리는 그 순간, 투자는 생명이 된다.

2. 감정 가장 섬세한 지표다

가격보다 빠르고, 지표보다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은 언제나 감정이다.

두려움과 탐욕의 곡선이 당신의 그래프다.

3. 와인은 시간을 호흡하는 동사다

잔에 따르는 순간 열리고, 숨을 쉬며 진화하고

마시는 자의 감정에 따라 다시 빛을 바꾼다.

그 향은 당신의 내면을 비추는 움직임이다.

4. 실패는 완결된 문장이 아니다

하락은 종결이 아니라 쉼표다.

동사의 문장은 언제나 미완이다.

그래서 투자자는 다시 일어난다.

5. 주식은 당신의 감정이 쓴 일기장이다

숫자는 잔여물일 뿐, 실제로 남는 것은 당신이 견뎌낸 시간의 문법이다.

그 문장의 주어는 시장이지만, 동사는 언제나 당신이다.




� 추천 와인: 샤토 앙젤뤼스(Château Angelus 1995)

생산지 : 프랑스 보르도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세 A

품종 : 메를로 50%, 카베르네 프랑 47%

스타일 : 메를로의 부드러운 과실미와 카베르네 프랑의 향기로운 스파이스가 절묘하게 조화롭다.

� 테이스팅 노트

샤토 앙젤뤼스는 생테밀리옹의 위대한 전설이자,

고전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힘을 간직한 와인이다.

샤토 앙젤뤼스 1995는 시간이 문장을 쓰는 방식을 보여준다.

잔을 기울이면 깊은 루비컬러가 붉은 저녁의 여운처럼 반짝이고

가넷의 테두리가 세월의 숨결을 은은히 드러낸다.

첫 향은 블랙체리와 자두, 블랙커런트의 짙은 과실로 열리며

삼나무, 카카오, 담뱃잎, 흙과 가죽의 터치가 뒤따른다.

그 향은 단순히 머무르지 않는다.

잔을 돌릴 때마다 구조와 결이 조금씩 변한다.

입안에서는 실키한 탄닌이 감정을 감싸듯 부드럽고

검붉은 과실이 중심을 잡은 채

스파이스와 트러플의 잔향이 천천히 퍼진다.

산도는 여전히 살아 있어

노화 속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은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와인은 한 모금의 언어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기, 온도, 시간,

그 모든 요소가 함께 문장을 완성해 간다.

그 긴 여운은 마치

삶의 문장 속에서 쉼 없이 변화하는 ‘동사’의 호흡과 같다.

� 추천 이유

샤토 앙젤뤼스 1995는 ‘정적인 이름’이 아니라 ‘움직이는 동사’로서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병 속에서 수십 년 동안 진화해 온 와인이다.

이 와인은 단순히 ‘한 해의 와인’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숙성의 흐름 속에서 변하고 진화하여 지금 이 순간에 새로운 향과 구조를 펼쳐낸다.

이는 곧 주식과도 같다.

주식은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늘 변동하고, 진화하고, 흐르는 움직임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1995 빈티지의 앙젤뤼스는 과실의 힘과 세월의 깊이가 동시에 살아 있어

순간의 쾌락을 넘어 시간이 만드는 가치와 리듬을 깨닫게 한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이 만들어내는 관능과 긴장감은

마치 시장의 파동 속에서 포착한 결정적인 매매 타이밍처럼 강렬하다.

‘주식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라는 챕터에 추천한 이유는

이 와인이 멈추지 않고 변하며, 마실 때마다

새로운 표정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성공적인 투자가 매번 새로운 행동과 결단으로 완성되듯,

이 와인 역시 한 해, 한 시간, 한 잔마다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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