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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스월링의 순간, 나는 진짜 나를 만난다

by 식물감각


‘스월링'(Swirling)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이 단순히 와인 잔을 돌리는 동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잔속의 와인이 회전하면서 숨겨진 향을 피워내고,

그 향이 코를 지나 뇌를 스치며,

닫힌 감각의 문을 열어 줄 때 나는 깨달았다.

스월링은 행위가 아니라 상태이며,

동작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라는 것을.

투자도 그렇다.

우리는 수익과 손실, 숫자와 확률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이전에

‘나는 왜 투자하는가?’라는 질문이 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더 깊은 질문이 있다.

『투자스월링 : 와인처럼 투자하는 법』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다.

나는 단순히 투자 기술서나 와인 입문서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는 투자를 감각의 언어로 풀고,

와인을 삶의 메타포로 읽어내며,

결국은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신의 삶을 천천히 의식적으로 마셔보라고 권하고 싶었다.

‘스월링’은 단순한 회전이 아니다.

그것은 숨을 고르고,

시선을 집중하며,

잔을 든 나의 손끝과 감정이 만나

하나의 향을 깨우는 시간이다.

숫자에 쫓기던 마음을 내려놓고,

격정을 잊은 얼굴에 여백을 되돌리는 행위.

그것이 ‘투자스월링’의 본질이다.

우리는 너무 빨리 잔을 비운다.

기회를 보면 바로 뛰어들고,

익숙한 종목엔 무감각해지고,

하락장에선 공포에 떤다.

하지만 진짜 투자자는 잔을 먼저 스월링 한다.

그 안의 향기를 느끼고,

오늘의 감정을 음미하며,

마시기 전에 자신과 마주한다.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수많은 나의 투자 순간들을 돌아봤다.

처음 수익에 취했던 날,

그래프 앞에서 울고 웃던 밤,

무감각해진 시간의 침묵.

그리고 어느 날,

와인 잔을 스월링 하듯 내 삶을 다시 들여다보며 마침내 깨달았다.

좋은 투자는 좋은 스월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삶을 너무 서두르고, 더 많이 가지려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속도와 욕망의 순간 속에서도

우리가 진짜 가져야 할 것은

스월링 하는 감각,

멈춰 서서 향을 느끼는 시간이 아닐까.

『투자스월링 : 와인처럼 투자하는 법』은

주식투자를 감정의 언어로 번역한 시도이고

와인을 삶의 메타포로 변환한 기록이다.

여기엔 재무제표도 없고, 밸류에이션 공식도 없다.

대신 감정이 있고, 온도가 있고,

우리가 스쳐온 인생의 여운이 있다.

이 책의 아이디어는

주식 이야기와 와인 이야기를 매칭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서로 이질적인 두 요소를 결혼시키는 일은 모험이었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하면서, 충격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주는 수단으로써

와인이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다고 나는 믿었다.

각 쳅터마다 추천된 와인들은 내가 마셔본 와인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극히 좁은 범위에서 선택된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 객관적일 수가 없다. 오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흥미롭게 쓰려고 노력했다.

나는 당신이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당신의 잔을 한 번쯤 리드미컬하게 스월링 해보기를 바란다.

숫자를 내려놓고 마시기 전의 ‘기다림’을 천천히 즐기기를 바란다.

좋은 와인은 향기로 오래 남는다.

좋은 투자도 좋은 삶도 마찬가지다.

스월링은 그 여운을 위한 예의이자 예술이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믿게 되었다.

삶은 마시는 법이 아니라, 스월링 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지금,

당신의 잔에 담긴 오늘을

조용히,

천천히,

한 바퀴 돌려보라.

거기에 인생과 투자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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