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목적지에 닿는 일이 아닐지 모른다.
투자도, 사랑도, 여행도, 도달보다 머무름, 수익보다 향유에 더 많은 의미가 있다면.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의 앤처럼,
어느 날 우리는 깨닫는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파리’가 아니라, 파리로 가는 길 위에 있다는 것을.
나는 한때 성공을 ‘목표 달성’이라 믿었다.
몇 퍼센트 수익, 몇 년 안의 자산 형성, 달성 가능한 수치들 속에서 안심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삶은 늘 틈새로 샌다.
정확히 떨어지지 않고, 흔들리고, 흘러가며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간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삶 그 자체다.
앤(다이안 레인)은 남편을 따라 정해진 시간표 속을 살아왔다.
비행기 티켓처럼 삶의 좌표가 찍혀 있었다.
그녀는 늘 누군가의 일정 속에 존재했지만,
우연히 동행한 자크(아르노 비야르)는 그녀의 시간을 느리게 되돌려놓았다.
자크는 남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대책 없이 여유롭고, 바람둥이고, 바람처럼 즉흥적이며, 경제적인 여유도 없는데
낭만적인 그 남자를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치즈를 고르고, 들꽃 앞에서 멈추고, 와인을 향으로 먼저 마시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앤은 오랜만에 자신의 리듬을 되찾는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성공한 삶의 실체라 생각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큰 수익을 낸 해보다, 좋은 와인을 마신 계절이 더 또렷이 남는다.
큰 폭락의 공포보다, 웃으며 잔을 부딪치던 그날이 더 선명하다.
성공한 투자란,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간을 사는 것이라는 진실을.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나 감각으로 기록된다.
입, 코, 눈, 심장으로.
여행이 끝나갈 무렵 앤은 말한다.
“이번 여행이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 모를 거예요. 자크”
앤은 자크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자크가 앤의 내면에 닫혀있던 감각의 밸브를 열어 준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다시 웃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향기, 미소, 체온, 그리고 느림.
그 감각이 깨어나자 잊고 있었던 자신도 다시 피어났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은 자크가 앤에게 던진 질문에 있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이 말은, 자신이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앤에게 던진 질문이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말한다.
성공한 삶이란, 즐거움과 쾌락의 실현이자 그것을 의식적으로 향유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투자도 그렇다.
지표를 좇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속도를 되찾는 일이다.
성공은 계좌에 찍히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의 표정에 나타난다.
내가 와인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가장 부유한 사람은 가장 오래 머무는 사람이며,
가장 성공한 사람은 가장 깊이 느끼는 사람이다.
오늘도 나는 다시 느리게 걷는다.
어디에 닿을지 몰라도 괜찮다.
그 길 위에서 자주 웃고, 자주 향을 맡고, 자주 잔을 비운다.
내 삶은 파리로 가는 길 위에 있다.
그리고 당신의 삶도 그럴 것이다.
� 스월링 노트 | 행복은 파리로 가는 길에 있다
1. 성공은 결과가 아니라 감각의 연속이다
성공은 도착이 아니라 여정 속의 향기다.
가장 부유한 사람은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많이 느낀 자’다.
2. 느림은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속도의 선언이다
잠시 멈춰 와인을 음미하는 사람은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자기 시간을 사는 사람이다.
3. 좋은 인생은 좋은 와인처럼 기억에 남는다
마신 순간보다 여운이 길수록 그 인생은 더 깊이 숙성된다.
4. 와인은 성공의 도구가 아니라 성공 그 자체다
한 모금의 와인 안에는 성취의 감정이 있다.
그것은 숫자가 아닌 체온의 기억이다.
5. 당신의 인생이 파리로 가는 길 위에 있기를
너무 서두르지 말라.
와인처럼 천천히 익어가는 감정들이 곧 당신의 성공이 될 것이다.
� 추천 와인 : 도멘 디디에 다그노 실렉스(Domaine Didier Dagueneau "Silex" 2012)
생산지 : 프랑스 루아르 푸이 퓌메
품종 : 소비뇽 블랑 100%
스타일 : 미네랄 감각이 선명하고, 입안에서 섬세하게 폭발하는 깊은 구조감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
� 테이스팅 노트
도멘 디디에 다그노 실렉스는 루아르 소비뇽 블랑의 최정상급 와인이다.
투명한 황금빛이 비취처럼 빛나며 반짝인다.
레몬 껍질, 자몽, 라임의 시트러스가 피어오르고
뒤이어 흰 복숭아, 배, 구즈배리의 과실 향이 청명하게 이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꿀과 백합, 젖은 자갈의 미네랄 노트가 등장한다.
입안에서는 백색 광석이 터지듯 긴장감 있는 산미가 흐르고,
촉촉한 텍스처가 입천장을 부드럽게 감싼다.
섬세하지만 흔들림이 없고, 관능적이지만 절제된 감각을 보여준다.
그 여운은 길고 우아하며, 미소처럼 오래 남는다.
� 추천 이유
이 와인은 마치 파리로 향하는 여정에서 느끼는 행복의 순간을 닮았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가 아니라,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한 풍경과 향기,
그리고 소소한 기쁨 속에서 진짜 행복이 태어난다.
‘Silex(부싯돌)’라는 이름처럼,
이 와인은 땅과 불에서 태어난 생명력으로 감각을 깨운다.
도멘 디디에 다그노는 푸이 퓌메(Pouilly-Fumé)의 전설이다.
루아르 소비뇽 블랑의 혁명가로 전통을 넘어선 대담함과 자유로움을 와인에 담아냈다.
실렉스 2012의 맑고도 관능적인 구조는
여행길에서 스치는 공기와 향기 그리고 잠시 멈춰 서서 느끼는 기쁨을 그대로 반영한다.
특히 실렉스는 그의 혼과 철학이 가장 응축된 와인이다.
‘불순물 없는 삶’이 있다면 바로 이런 맛일 것이다.
‘파리로 가는 길’에서 앤이 마신 와인이기도 하며,
삶의 진정한 향유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한 병이다.
영화에서는 자크가 앤을 위해 만찬을 주문한다. 프랑스 퀴진은 화려하다.
그 중심에는 반드시 와인이 있다.
누군가를 위해 세심하게 와인을 선택하고 준비할 때,
그 와인은 생각과 감정을 일깨우는 사유의 매개물이자,
동시에 사랑을 고백하는 은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