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느 날 바람에 흩날렸다.
아무런 예고 없이, 아무런 목적 없이,
다만 향기로 나를 통과해 지나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모든 유혹은 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삶은 그 향기를 느낄 줄 아는 감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는 오랫동안 수익률과 차트를 들여다보며 살았다.
빠른 피드백, 반복되는 리스크, 짧고 강렬한 결정들.
투자는 속도와 예측의 세계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향기를 잃었다.
맛은 남았지만, 여운은 사라졌고,
결과는 남았지만, 감정은 없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하루 종일 수치를 쫓다,
문득 공기 속에 흩어지는 향기에 걸음을 멈췄다.
그것은 화장기 없는 살결처럼 부드럽고,
어디서 본 듯한 뒷모습처럼 아련했다.
그건 꽃이었다.
그리고 그녀였다.
그녀의 향기는 나를 적셨다.
볼 수 없고, 잡을 수도 없지만,
그 향은 오래된 감정을 흔들었다.
마치 잊고 있던 봄 한 조각이
마음 안에서 다시 피어나는 듯했다.
향기는 기억의 원초다.
첫 입맞춤처럼, 한 잔의 와인처럼.
그녀의 향기는 장미보다 은밀했고,
살구꽃보다 더 아찔했다.
나는 알았다.
그녀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존재라는 것을.
사랑도, 와인도, 인생도
결국 가장 진한 건 ‘지나가버린 향기’라는 것을.
투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빠르게 벌기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숫자가 아니다.
어떤 여름날의 빛깔,
어떤 잔에서 피어난 향기,
그녀의 눈동자 속에 머문 나의 얼굴.
그 향기는 오래 남는다.
그리고 그것만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멈춘다.
그녀가 지나갈 때,
나는 걸음을 늦추고,
계절이 피어오를 때,
나는 잔을 들지 않고 코끝을 세운다.
삶이 유혹처럼 다가올 때
나는 숨을 쉰다.
꽃은 언제나 먼저 향기로 말을 건넨다.
그리고 여자는
가장 깊은 방식으로 그 향기를 이해하게 만든다.
그녀는 와인처럼 익어 있었고,
나는 너무 오랫동안 느끼는 법을 잊고 있었다.
그러니 당신도 잊지 말길.
수익보다 향기가 먼저라는 것을.
돈보다 감정이 더 오래간다는 것을.
향기를 놓친 사람은 결국 삶도 놓친다는 것을.
꽃향기를 맡을 수 있을 때,
그때가 가장 절정의 순간이다.
그녀는 머물지 않지만 향은 남는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가장 섹시한 순간은 언제나
무언가를 계산하지 않을 때 찾아온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기다린다.
그녀가 향기로 다시 나를 스칠 그 순간을.
그녀는 꽃이고,
꽃은 향기이며,
향기는 내가 감각을 되찾는 순간이다.
� 스월링 노트 | 꽃향기를 맡을 수 있을 때 맡아라
1. 향기는 감각의 언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아도 향기는 모든 것을 흔든다.
감각을 잃은 순간 삶도 사라진다.
2. 꽃은 여자다. 그리고 기억이다.
그녀는 스치지만, 향은 머문다.
사라진 듯하지만, 여운이 진짜다.
3. 삶은 스쳐간 유혹의 기록이다
수익보다 기억이, 기록보다 감정이 오래 남는다.
4. 투자도 향기를 맡아야 한다
수치만 쫓는 동안, 인생은 지나간다.
냄새를 맡을 줄 아는 투자자가 진짜 감각의 주인이다.
5. 향기를 놓치면 인생도 놓친다
멈추는 법을 아는 사람, 그가 결국 가장 멀리 간다.
� 추천 와인 : 코르통 샤를마뉴 도멘 드 몽티유(Corton-Charlemagne Grand Cru Domaine de Montille 2018)
생산지 : 프랑스 부르고뉴 코르통 샤를마뉴 그랑 크뤼
품종 : 샤도네이 100%
스타일 : 꽃 향과 미네랄이 교차하는 절제된 관능의 와인
� 테이스팅 노트
코르통 샤를마뉴 도멘 드 몽티유는 화이트 부르고뉴의 위용을 보여준다.
골드 레몬 컬러가 영롱하게 반짝이며 점도의 흐름에서 농밀한 질감과 우아한 구조가 암시된다.
서늘한 백색 꽃의 향이 퍼지고
오렌지 껍질, 재스민, 흰 복숭아, 자몽, 배, 백합의 아로마가 은은히 스며들어 관능적인 매혹을 더한다.
시간이 흐르면 구운 아몬드, 헤이즐넛, 바닐라, 아카시 꽃의 풍미가 깊이를 쌓아가고
마지막에 이르면 석회질과 부싯돌의 미네랄리티가 와인의 골격을 단단히 세운다.
입안에서는 긴장과 부드러움이 교차하며, 유연하게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부여한다.
피니쉬는 입술이 여운을 따라가듯, 유려하게 끈적인다.
마치 한 여자의 체온을 흡수한 와인처럼.
감각을 일깨우는 정제된 유혹이다.
� 추천 이유
와인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애초에는 디오니소스 축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후 기독교의 핵심 역할로 성수라는 쓰임으로 기능을 수행해 왔다.
이제 와인은 오늘날에 이르러 사랑의 은유가 되었다.
도멘 드 몽티유의 코르통 샤를마뉴는
꽃이 지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병 속에 가둔 듯한 와인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강렬하다.
유혹적이지만 결코 요란하지 않다.
그 절제 속에서 피어나는 향이 바로 ‘삶의 미학’이다.
이 와인은 말없이 다가오는 감정의 온도를 닮았다.
그래서 멈추는 용기를 배운 사람에게 어울린다.
당신이 이 와인을 마신다면,
그건 이미 삶을 천천히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