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부자였다.
계좌는 매일 조금씩 불어났고,
수익률은 시장의 평균을 웃돌았으며,
그의 포트폴리오는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그의 잔은 비어 있었고,
그의 시간에는 향기가 없었다.
나는 묻고 싶었다.
“정말 잘 살고 계신가요?”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모니터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 침묵이 낯설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돈은 부풀어도 감정은 말라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많이 버는 것일까.
남들보다 빨리 도달하는 것일까.
혹은 더 많이 참는 것, 더 많이 견디는 것일까.
나도 한때 그렇게 믿었다.
투자는 인내이고, 부는 시간의 승리라고.
결국 살아남는 자가 승자라고.
그러나 어느 저녁,
하루를 마치고 와인을 한 잔 따르며 문득 멈췄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을 마시는 중인가?”
그 질문은 잔속에서 천천히 흔들렸다.
비로소 나는 이해했다.
잘 산다는 것은 ‘더 많이’가 아니라 ‘더 깊이’라는 것을.
페르시아 시인 오마르 하이얌은 노래했다.
“빵 한 덩이, 와인 한 잔, 그리고 그 사람”
그것이 모든 부의 정의이자 모든 행복의 구조다.
좋은 와인을 알아볼 줄 아는 입술과,
좋은 시간을 향유할 줄 아는 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가진 삶.
잔을 비우지 않아도 향기를 아는 사람.
주가를 확인하지 않아도 햇살의 각도를 기억하는 사람.
수익보다 감정을 더 오래 기억하는 사람.
나는 이제 그렇게 살고 싶다.
무조건 오르는 종목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와인을 고르듯 살고 싶다.
다 마시지 않아도 취할 줄 아는 삶.
넘치지 않아도 충분한 삶.
그런 감각의 윤리를 가진 부자가 되고 싶다.
잘 산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을 잘 마시는 일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잔을 조용히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이기도 하다.
남겨진 향이 오히려 삶의 깊이를 증명하듯.
진짜 부는 돈이 아니라
자신의 속도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여유다.
나는 오늘도 그 여유를 연습한다.
한 모금의 와인처럼, 한 줄기의 햇살처럼,
삶을 조용히 삼키면서.
� 스월링 노트 |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일까
1. ‘잘 산다’는 것은 감정의 깊이를 남기는 일이다
돈은 흐르고 사라지지만, 느낌은 기억된다.
2. 삶은 속도가 아니라 리듬이다.
천천히 익을 줄 아는 사람이 결국 가장 오래 향기롭다.
3. 하루를 선택하는 자유
남의 시간이 아닌 내 시간으로 사는 것, 그것이 부다.
4. 돈을 감각으로 바꾸는 능력
와인은 병을 아니라 순간을 사는 예술이다.
5. 잔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
남겨진 향이 더 깊을 수도 있다.
남은 향으로 사는 사람, 그가 진짜로 잘 사는 사람이다.
� 추천 와인 : 클로 생 드니 도멘 뒤작(Clos Saint-Denis Grand Cru Domaine Dujac 2017)
생산지 : 프랑스 부르고뉴 코트 드 뉘 클로 생 드니 그랑 크뤼
품종 : 피노 누아 100%
스타일 : 실키하고 명상적인 톤, 섬세한 붉은 과실과 미네랄의 균형이 조화된 클래식 부르고뉴
� 테이스팅 노트
클로 생 드니 그랑 크뤼 도멘 뒤작 2017은 부르고뉴의 진정한 귀족이라 불릴만한 와인이다.
투명하면서도 농도 깊은 루비-가넷 색조가 영롱히 빛나며
세밀한 점도의 흐름은 밀도와 우아함이 공존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첫 향에서 라즈베리, 잘 익은 체리, 레드 커런트가 순수하면서도 풍부하게 피어나고
이어서 바이올렛과 장미 꽃잎의 플로럴 노트가 와인의 섬세한 감각을 드러낸다.
시간이 흐르면 삼나무, 오크, 시가 박스, 감초와 후추, 약간의 흑연과 흙 내음이 얼굴을 내민다.
이렇듯 아로마는 단순한 향을 넘어 시와 같은 복합적 층위를 만들어낸다.
잔속에서는 부드럽고 실키한 질감이 드러나며 붉은 과일의 밝은 산미가 입안을 깨운다.
세밀한 탄닌은 결코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구조의 균형을 완벽히 지탱하고 있다.
중반에는 감초, 은근한 향신료, 미네랄의 터치가 고요히 겹쳐져
입안에서 실크처럼 흐르며 감정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퍼진다.
와인의 전체적 리듬은 음악의 선율처럼 조화롭다.
적당한 구조와 긴 여운은 마치 한 편의 시를 음미하는 듯한 감각을 부여해 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여성적이고 명상적인 톤으로 변화하며,
진심을 담은 대화처럼 사람을 사로잡는다.
� 추천 이유
클로 생 드니는 ‘잘 익는 삶’을 상징하는 와인이다.
과시도 아니고, 속도도 아니다.
이 와인은 단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한 병의 대답이다.
도멘 뒤작은 그 안에 품격과 내면성, 감정의 여백을 담아냈다.
풍만한 와인 잔에 담겨 있는 붉은 액체, 그 자체가 깊은 울림처럼 관능적이다.
이 와인에는 그냥 단순한 붉은색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혼을 흔드는 깊이감이 존재한다.
붉은 과실의 섬세한 향과 미네랄리티의 긴장감 그리고 잔 뒤에 남는 서정적 여운은 우리에게 말한다.
“삶의 진정한 풍요는 절제가 빚어낸 조화 속에 있다.
잘 사는 삶은 화려함이 아니라 깊이에서 피어난다. “
이렇게 이 장의 주제를 당신의 혀끝에, 기억 속에, 그리고 하루의 여백에
조용히 남겨주는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