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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국 블리야 Nov 13. 2024

평생처음 실업급여를 캐나다에서 받았다

30. 공무원이 되기 위한 1년의 투자

사장님은 약속대로 돈을 모두 돌려줬다. 그동안 받지 못했던 휴가비와 공휴일 근무 수당까지 정산이 됐다. 고용기록(Record of Employment, ROE)도 발급이 되어 서비스 캐나다(Service Canada) 웹사이트에서 실업급여(EI) 신청을 했다. 신청서를 제출하자 보안코드가 4주 안에 우편으로 도착할 거라 한다. 그 말은 코드를 받기 전까지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겪지 않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세금 문제가 해결되어 목돈이 생겼던 터라 돈이 급하지는 않았다.


몇 주가 지나 숫자 4자리가 크게 찍힌 종이 한 장이 우편으로 도착했다—캐나다는 보안을 위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은 우편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 캐나다접속해 코드를 넣자 실업급여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리포트를 제출할 수 있는 페이지가 열렸다.


꼬박꼬박 내온 납부액이 쌓여 나는 Medical EI로 15주, 이후 일반(Regular EI)으로 전환해 총 1년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리포트는 격주(biweekly) 현재 상태를 묻는 정해진 질문에  후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간단한 절차였다. 의사의 진단서를 받아뒀지만 고용기록고용 종료 사유가 'illness'로 표기가 되어서인지 제출을 요청받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실업급여를 캐나다에 와서 처음 받게 됐다. 영주권을 받고 나서 받게 된 캐나다 정부의 첫 혜택이라 기분은 괜찮았다.


*Medical EI: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못할 경우 받는 실업급여로 Sickness EI라고도 부른다. 현재는 최대 26주로 혜택기간이 늘어났다.
*Biweekly Report: 2주마다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로 실업급여 역시 2주 단위로 지급이 된다. 리포트를 하는 기간, 해당 기간 동안 캐나다 거주 여부, 일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다른 소득이 있는지, 학교를 가거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지 여부 등을 묻는 항목 10여 개가 있다. 구직활동은 따로 증빙하지 않아도 된다.




영주권을 받고 허탈감에 빠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만나왔다. 달라지는 건 없고 목표가 사라지는 상실의 시대가 온다. 대학에 다니는 자녀가 있으면 학비가 크게 줄어드니 혜택을 실감할 수도 있다. 이걸 제외하면 세금 환급을 더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없던 정부 혜택이 추가되는 것도 아니다. 패밀리 닥터(주치의)가 갑자기 배정되는 것도 아니고,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영주권이 진행되기간은 삶의 질과는 거리가 먼 시간이다. 영어공부를 병행하고 스킬을 쌓아 영주권과 함께 새도약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장의 생계도 챙겨야 하니 하던 일을 그냥 계속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이유들로 미리 준비한다고는 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나의 계획이 바뀌었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결심 이외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모른다. 모두 알아나가야 할 것들이고 그 과정에서 좌절도 있을 것이다. 비빌 언덕이 없으니 현지인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집중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 시기일지 모른다. 공무원을 결심하며 1년을 목표기간으로 잡았다. 외국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1년 정도의 투자기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영주권을 받는다고 당장 주어지는 금전적 혜택은 없지만 고맙게도 1년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비록 이전 소득의 55%지만 고정수입이 있다는 건 목표를 이뤄가는데 필요한 중요한 기반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향을 정하기 위해 우선 리서치부터 했다. 공무원 채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채용 시기는 언제인지, 어떤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하지만 며칠을 찾아봐도 나오는 정보가 없다. 시작부터 막막함이 밀려왔다.


채용사이트로 넘어가 사기업 채용공고를 둘러봤다. 공공기관도 자격요건을 비슷하게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경력이나 스킬에 맞춰 포지션을 찾아보니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에서 설명하는 업무 내용을 내가 과연 영어로 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설명에 사용한 단어조차 생소하고 사전을 찾아봐도 와닿지가 않았다. 내가 도전해 볼 수 있겠다 싶은 포지션은 대부분 엔트리 레벨(entry level)이었다. 눈높이를 낮춰야 했다.


일도 엔트리 레벨에서 시작해야 하는구나


엔트리 레벨도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있었다. 구두(oral)와 서면(written)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기본이고 대부분 English 12(고3 영어)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었다. 영주권을 진행하면서 학사학위에 대한 학력인증은 받았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영어 능력은 학위와는 별개였다.


확실한 하나는 영어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이틀, 저녁에 하는 영어 수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지만 낮시간을 이용해 할 수 있는 과정을 하나 더 등록했다. 영주권을 받아야만 들을 수 있는 무료 영어 프로그램인 링크(LINC)였다. 일을 하는 동안 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아주 많이 부러웠다. 그들만의 친목과 여유도 부러웠다.

링크 프로그램 등록을 위해서 별도로 정해진 레벨 테스트를 해야 다. 테스트 장소는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랭리(Langley)로 정해졌다. 차를 미리 사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 후 반 배정을 받고 매일 오전 링크 수업을 듣게 됐다.




저녁 영어 수업을 같이 들었던 수잔으로부터 안부를 묻는 연락이 왔다. 대만에서 온 수잔은 영주권을 이미 몇 년 전에 받고 영어 공부를 계속하고 있던 친구다. 날씨가 좋아 라파지 호수에서 만나 산책을 했다. 근황을 공유하다 수잔으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듣게 됐다.


첫째는 실업급여를 받으면 시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센터에서 요가나 댄스 수업, 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둘째는 구직을 도와주는 고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BC주는 WorkBC라는 기관을 두고 구직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정부예산으로 제공하는데, 케이스 매니저를 통해 구직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귀가 솔깃했다.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들었다. 수잔을 담당했던 케이스 매니저를 소개받고 방문 약속을 잡았다. 인터뷰를 마친 후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는 증명을 포함해 몇 가지 서류 제출을 요청받았다.


서류를 보내고 몇 주가 지났지만 케이스 매니저로부터 팔로업이 없었다. 이메일을 보내자 담당하고 있는 케이스가 너무 많아 깜빡했다면서 급히 미팅 시간을 정해 회신을 보내왔다. 당일이 되어 사무실로 찾아가 얻은 건 당황이다. 정신이 없다그 사람이 같은 시간에 이중 약속을 잡은 것이다. 사과를 하며 다른 날로 시간을 잡아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와야 했다.


실망은 있었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생각하며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시작이니 지금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을 것이다.



캐나다의 실업급여(EI)


 

캐나다에서 실업급여(Employment Insurance, EI)를 받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첫째, 실업급여 부담액을 납부해야 한다.

둘째, 자발적 또는 본인의 과실로 인한 퇴사가 아니어야 한다.

셋째, 지난 1년(52주) 간 일이나 수입이 없는 날이 연속 7일 이상 이어져야 한다.

넷째, 지난 1년간 또는 마지막 실업급여를 받은 축적된 근로시간(insured hours)420 시간에서 700 시간을 충족해야 한다.

다섯째, 일을 준비가 상태에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의사의 진단서가 있을 경우, 두 번째와 다섯 번째는 적용되지 않는다. Insured hours는 주 및 지역에 따라 다르다. BC주의 경우 6개의 경제지역으로 나뉘는데, 최소 595 시간에서 최대 700 시간이 요구된다. 실업률이 낮은 지역일수록 Insured hours가 높아진다.


EI를 받기 위해 필요한 BC 주의 지역별 Insured Hours


실업급여는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있다. 내가 가게 근무를 마친 2018년 기준 근로자 부담액은 세전 수입의 1.66%로 연간 최대 $858.22였다. 2주마다 급여를 받은 나는 1년에 26번의 EI를 납부했고, 납부액은 매회 $33 가량이었다. 고용주는 근로자 부담액의 1.4배를 내는 것으로 현재까지 변동이 없다. ($858.22 x 1.4 = $1,201.51)


근로자와 고용주의 실업급여 부담 금액


1축적된 개인의 근로시간소득(insurable earnings)따라 받는 실업급여의 금액과 기간이 다르다. 실지급액은 받았던 임금의 55%이며 주당 최대 $668까지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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