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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데우스 Apr 01. 2024

프롤로그 - 재활 일기

시니어 살아남기 - 스파이더맨


2022년 6월 26일 이렇게 썼습니다.

 
 

여름의 장맛비가 내리는 계절
수원의 침대에서 재활운동하며 지냅니다.
지난 4월 1일, 만우절의 거짓말처럼
한라산 계곡에서 굴렀다가 천운으로 구조되었습니다.
 
얼굴은 깨져 피가 흘렀고
왼쪽 다리는 부러져 덜렁거렸으며
왼쪽 새끼손가락은 끝이 위로 튕겨져 탈골이 되었습니다.
카메라와 렌즈는 심하게 부서졌고요.
 
서귀포의료원에서 이마를 꿰맨 후
배편으로 차편으로 수원에서 와서
정형외과 전문 수병원에 입원해서
어려운 수술 2건을 시술받았습니다.
 
4월 4일 왼쪽 새끼손가락 힘줄 연결 수술
4월 5일 왼쪽 경골 금속 플레이트 고정 수술
4월 19일 퇴원, 자가 재활운동, 외목발 사용
5월 17일 통깁스에서 반깁스로 변환
6월 17일 2개 목발 사용
6월 24일 휠체어 임차 및 아파트 산책길 걷기 연습 시작
 
아기가 걸음마 연습하듯 오늘도 걷기 연습하고
도서관 공공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간 PC 및 와이파이가 없고 걸을 수 없어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을 더 지내야 걷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새끼손가락 수술 후유증으로 PC자판도 매끄럽지 않습니다.
제주에서 통기타 강습 1일 후 낙상사고가 발생하여
통기타도 멀리 달아난 것 같습니다.
 
절룩거리지 않고 걸을 수 있을까?
한라산에는 다시 오를 수 있을까?
벤치에 앉아 걷기 운동하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소중한 일상의 행복을 그리며 재활운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3일 현재 이렇게 삽니다.

 

은퇴 후 제주살이  6년 차입니다.
설 명절을 쇠기 위하여 수원에 와서
그 이튿날 통원진료를 받았습니다.
낙상사고 후 22개월 되는 날입니다.
 
"뼈가 붙어 철심제거수술을 할 수 있어요."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2월 16일 철심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허벅지부터 발까지 롤붕대로 감싸고
반깁스에 쿠션 신발을 신고, 목발을 짚고 걷기 운동을 시작했지요.
 
3월 2일, 무릎과 발목의 꿰맨 자리 실밥 29개를 뽑았습니다.
반깁스, 롱붕대, 쿠션 신발에서 탈출하여
내 본래의 다리로 진정한 재활을 시작합니다.
 
무장 해제 당한 다리의 어리둥절한 통증이
발걸음을 잡으며 하소연합니다.
천천히, 더 천천히....
 
오늘 아침 거실에서 아기걸음 연습을 했습니다.
아장아장 조심조심
그래도 희망을 보며 꿋꿋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기나긴 재활의 삶도 바로 나의 귀중한 시간입니다.
평범을 찾으며 나아가는 길, 스스로를 응원합니다.
 
2년 동안의 재활은 저의 의지를 시험하는 눈물의 드라마였다면
앞으로는 재활은 성숙한 시간의 여유와 희망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로그인했습니다.



2024년 4월 1일 이렇게 시작합니다.


2년 전 4월 1일 춘란을 보고, 오늘 유채꽃을 보았습니다.

춘란은 야생화이고, 유채꽃은 재배 식물입니다.

낙상사고 전 야생화를 찾아다녔고, 낙상사고 후 주로 집에 있습니다.

그러나 재활기간 중 많이 성숙했습니다.


낙상사고 2년째 되는 날, 브런치북 투병기를 시작합니다.

저의 진솔한 경험이며, 인생탐험기입니다.

평범의 소중함과 주변에서 행복을 찾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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