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살아남기 - 미나리
침대에 누워있는 지내는 시간
외출한 아내가 뜯어온 미나리
미나리 무침, 미나리 전의 맛깔난 맛
대부분 침대에 누워있고, 화장실과 식탁에만 간신히 움직이는 투병생활이다. 낙상자는 따스한 봄날의 처량한 신세이다. 누워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거나 멍하니 라디오를 듣는 시간이 많다. 심장보다 높게 들고 있는 다리에 통증이 오는 시간이다.
외출하고 돌아온 아내의 손에 미나리가 들렸다. 우시장천 산책길에서 돌미나리를 뜯었단다. 아파트 중간에 생태천이 흐르고 있어서다. 목발만 짚을 수 있어도 산책길에서 봄을 볼 수 있을 텐데 코앞의 풍경도 상상으로만 그려본다. 아내의 손에 들린 돌미나리가 반가운 이유이다.
퇴직 후 성남에서 동탄으로 이사 와서 동탄의 들판을 산책하곤 했다. 그 습지에서 길게 자란 돌미나리를 뜯어왔는데 진한 향이 매혹적이었다. 그러다가 제주살이 하면서 미나리를 보고 향기를 기대했으나 실망했다. 제주에는 미나리가 흔한데 향기가 없다.
아내가 뜯어온 우시장천 돌미나리는 향이 훅하고 다가온다. 바로 이 향이 돌미나리의 향이다. 저녁에는 미나리 무침으로 맛깔난 석식이었다. 며칠 후에는 또 미나리전으로 점심을 뿌듯하게 먹었다. 미나리가 주는 맛의 행복, 투병생활의 지루함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