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불의 나비 29화

제4막 너와의 새로운 인연(11)

불의 나비 29화

by 매화연

시끌벅적한 경찰서 안. 당직인 모든 경찰관분들과 김한아 양, 그녀의 동생들, 술에 취한 건지 그냥 정신이 나간 건지 구분이 안 되는 중년 남성 한 분, 그리고 인화까지.


상황파악이 끝나기도 전에 내 발걸음은 어느새 경찰서로 향하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속성을 사용한 적이 없대도? 이 자식들이 잘못 본 거라고!”


“욕하지 마세요!”


“이 어린놈의 자식이 말이야! 어디 어른한테 싸가지 없이 소리를 질러, 어?!”


수갑을 차고 있는 중년 남성에게 김한아 학생 옆에 있던 김서아 양이 무섭지도 않은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당돌하게 말하는 목소리가 닫혀 있는 문틈 너머로 흘러나왔다.


“아저씨, 소리 좀 그만 지르시죠. 그냥 강제로 본부로 연행하는 수가 있습니다.”


잔뜩 피곤해 보이는 경찰관 한 분이 한숨 섞인 말을 나직이 내뱉었다.


“CCTV 확인 안 됐다며? 근데 어떻게 연행해!”


“제가 몇 번을 말했잖습니까. 법률상-”


“법률이고 나발이고!”


난동 부리는 중년 남성의 시끄러운 말소리에 경찰관분이 미간을 매만지었다.


“특경부 대원분도 계십니다……. 계속 이렇게 난동 부리시면 어떻게 될지 저도 장담 못 해요.”


“특경부 대원?”


남성이 김서아 학생과 김채아 학생 앞에 서 있는 인화를 슬쩍 일별하며 말을 덧붙였다.


“쟤?”


……쟤? 지금 인화한테 ‘쟤’라고 한 거-


“저게 어떻게 특경부 대원이야. 다른 대원들 뛰어다닐 때 본부에서 편하게 쉬고만 있는 애가. 거기다 속성 대표 자식도 아니잖아. 특경부 대원이 될 자격이 있긴 해?”


순간 거세게 치밀었던 화는 곧장 이성이 제압했다. 그리고 뇌리에 철저히 박히는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말려야 한다. 곧 있으면 위험해진다.


저 남자가.


경찰서의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한 걸음을 디디는 순간이었다.



짜악 -



……늦었나.


“자격?”


남성의 오른뺨은 붉게 달아올라 완전히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올라간 인화의 오른손은 남성의 뺨 가까이 있었다.


“보여줄까?”


한 걸음씩 천천히 남성에게로 다가가는 인화의 모습에 남성의 얼굴에 온통 겁이 물들었다. 반박할 여지도 보이지 못하는 듯했다.


“속성 대표의 자식이 아니니까 더 대단한 거라고는 생각 못 하나 봐? 당신은 다시 태어나도 못할 속성 대표님들의 피를 이은 사람들과의 격차를 없앤다는 일을 나는 해낸 건데.”


평소와 달리 서늘하게 식은 두 눈이 남성을 죽일 듯 응시했다.


“생각 안 하고 살 거면 머리는 왜 들고 다녀? 그냥 장식품일 뿐이고 무겁기만 할 텐데.”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며 인화가 말했다.


“당신이 지금까지 너무 편하게 살아와서 모르는 모양인데, 당신 나 없으면 진작 죽었을 목숨이었을 수도 있어.”


정보 수집과 상황파악, 보안에 있어 천재적인 재능 소유. 그게 특수 속성 경호 본부의 본부팀이었다. 무려 JI 그룹과 협회의 모든 보안을 책임지는 보안팀의 팀장님이 인정하신 사람들이 바로 본부팀의 대원들이다.

본부 내에게 흔히 나오는 말이 있다.


현장팀이 없어도 본부팀은 존재하나 본부팀이 없으면 현장팀도 존재하지 않는다.


본부의 기밀과 보안, 상황의 파악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본부팀이 있기에 현장팀이 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지금의 특수 속성 경호 본부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본부팀 대원들은 절대 약하지 않다. 현장에 나가 직접 처리하는 걸 다소 귀찮아할 뿐 곧바로 현장팀에 투입돼도 손색없다. 다만 본부팀 대원 모두 한번 잘못 긁히면…….


“정 못 믿겠으면 한판 붙어보자. 따라 나와.”


감정이 너무 앞세워져 제지하기가 힘들다는 게 문제지.


“와우, 인화 아가씨 박력 미쳤다.”


어느새 내 옆으로 온 원우 형이 장난스러운 말을 꺼냈다. 나는 남성의 멱살을 잡는 인화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 이도헌 님?”


그제야 나를 발견한 경찰관분이 목소리를 내세우자 주위에 있던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선배님……?”


의자에 앉아 있는 김한아 학생이 크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 허, 괜히 화연고 출신이라 알려줬나.


“진정해.”


인화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저 사람이 먼저 시작했어.”


“알아.”


“근데 왜 말려.”


“인화야.”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에 인화가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고는 순순히 손을 놓았다. 그래도 본부팀 중에서 그나마 가장 말리기 쉬운 인화여서 다행이군.


나는 인화의 머리에 무심히 손을 얹고 그 남성을 바라보았다.


“……불법 속성 사용자입니까?”


“네. 저 학생들이 신고했습니다.”


경찰관분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 끝은 의자에 앉아 있는 김한아 학생과 그녀의 동생들이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왜 아직 집에 안 간 걸까. 대체 어쩌다가 불법 속성 사용자를 발견하고 야무지게 신고까지 한 거고.


복잡한 내 속도 모른 채 김서아 양과 김채아 양은 나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특경부 대원님들 퇴근 시간이 지난 뒤라 아무도 안 계시거나 이도헌 님만 계실 줄 알았는데 박인화 님이 계시더군요. 그래서 박인화 님이 본부로 데려가려 했는데 도저히 협조를 안 해서…….”


나는 인화를 일별하였다. 아직도 분한 듯 인화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박인화 님은 본부에 울린 경보를 듣고 출동하셨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본부 CCTV에도, 경찰서 CCTV에도 녹화가 안 되어있습니다. 꼭 자기 두 눈으로 증거를 확인해야겠다며 난리를 치더군요.”


“그냥 억지로 본부로 보내시지 그러셨습니까.”


“그게…….”


“내가 억지로 안 한다 했어.”


갑작스레 나온 인화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인화를 바라보았다.


“확증이 없었으니까. 근데 저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연행했지.”


또 먹통인 CCTV. 보안이 뚫렸을 리는 없으니 범인은 실군단인 게 안 봐도 뻔하지.


하아…… 이제는 평상시 업무까지 방해하는 건가. 거슬리게.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이 새벽에 귀찮은 부류의 불법 속성 사용자를 상대하기 싫었다. 어차피 특경부 퇴근 시간은 한참 지나면 불법 속성 사용자 관련 업무는 원래 협회 경찰 측이 담당해야 될 업무기도 하니 조금만 맡길 수밖에.


“내일 아침에 제가 바로 데리러 오겠습니다. 그때까지만 좀 구치소에 수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경찰관분들의 행동에 따라 신속하게 남성이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크게 겁을 먹었는지 남성은 몸을 덜덜 떨며 순순히 구치소로 들어갔다. 일단 제일 귀찮은 일은 잠시 해결되었고, 이제는…….


“집 안 들어가고 협회에서 뭐 합니까.”


내 물음에 김한아 학생이 지친 기색이 섞인 웃음을 내보였다.


“애들이 협회는 처음이라 그런가, 신이 나서…….”


“……이때까지 논 겁니까?”


김한아 학생의 고개가 힘겹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협회 재밌어!”


“맛있는 것도 엄~청 많아!”


그에 비해 동생들은 아직까지도 힘이 넘쳐 나는 상태였다.


“신고를 했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쩌다 보니…….”


많은 일이 있었던 건지 김한아 학생이 축 처진 눈빛을 바닥으로 보내었다.


“아는 분입니까?”


원우 형이 넌지시 물었다.


“네, 뭐.”


“무슨 사이입니까?”


무슨 사이? 김한아 학생이랑? 뭐라 해야 되지, 고민하고 있을 때 김한아 학생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학교 선후배요!”


아까 지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갑자기 김한아 학생의 얼굴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선후배? 아, 그러고 보니 화연고 교복이네요. 이야, 완전 대선배이겠습니다, 도련님?”


“완전 대선배님!”


왜 다들 나를 놀릴 때는 한 몸이 되어 입을 잘 놀리는지 형과 김한아 학생이 물 흐르듯 말을 주고받았다. 나는 질색하며 말했다.


“선후배는 무슨…….”


내 반응이 재밌다는 듯 김한아 학생이 몇 번 웃어 보였다.


“이제 집 들어가는 길이면 제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위험합니다.”


“아, 너무 죄송한데…….”


“죄송할 거 없습니다. 어차피 이 학생도 데려다줘야 돼서……, 뭐야 어디 갔어.”


원우 형이 갑자기 사라진 강다온을 찾으려 두리번거렸다. 의아해하며 형이 뒤를 확 돌자 왜인지 형 뒤에 숨어있던 강다온이 모습을 당혹함을 표출하며 드러냈다.


“왜 숨어계십니까.”


“어?”


순간 강다온과 눈이 마주친 김한아 학생이 화들짝 놀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다온?!”


아는 사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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