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막 너와의 새로운 인연(12)
불의 나비 30화
“……하아.”
강다온은 김한아 학생을 보자 짜증 섞인 숨을 내뱉었다.
“너……!”
인상을 쓴 김한아 학생이 강다온을 향해 빠르게 걸어왔다. 그러고는 강다온의 양 볼을 세게 늘어트렸다.
“너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자퇴를 했으면 나한테 말을 해야지!”
강다온의 눈에 귀찮음이 가득 묻어났다.
“선배한테 내가 그걸 왜 말해요.”
“뭐? 우리가 남이야? 어? 우리가 남이냐고!”
“남 아닌가.”
“하? 이 자식이 은혜도 모르고!”
쭉 늘어지는 강다온의 볼을 김한아 학생은 더욱 세게 잡아당겼다.
“아파요.”
“진짜 짜증 나!”
김한아 학생이 거칠게 강다온의 볼을 떼며 씩씩 숨을 내뱉었다. 선배이니 자퇴이니 언급하는 것을 보니 강다온도 화연고 재학생이었나?
“설명.”
단 두 글자에 강다온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설명할 게 있나요. 들은 그대론데. 화연고 다니다 작년에 자퇴했어요. 김한아 선배랑은 같은 도서부였어서 아는 사이…… 아니 잠시만.”
잘 설명하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강다온이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길들여진 기분인데.”
“기분 탓이야.”
나는 황당을 담은 강다온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한 채 잠시 자리를 옮겨 당직 경찰관분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바삐 대화 중이던 경찰관분들이 내 말에 급히 시선을 내게 두었다.
“어이쿠, 아닙니다. 특경부야 말로 수고가 많으십니다.”
중년의 한 경찰관분이 입에 물고 있던 종이컵을 손에 쥐며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말입니다.”
“예, 말씀하세요.”
“십삼 년 전부터 십일 년 전까지의 모든 불법 속성 사용자들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강다온이 다섯 살이 되자마자 속성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부모 이름은 기억나?’
‘아니요. 아무것도 기억 안 나요. 그냥 하루라도 살아 있었던 게 기적일 정도로 지옥 같았던 그 느낌만 생생해요.’
부모의 얼굴도, 목소리도,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했고. 그러니 그 사람들을 찾는 방법이 이 방법뿐이다.
특경부가 생겨나기 전에는 특경부가 하던 일을 협회 경찰 측에서 맡았고 불법 속성 사용자와 관련된 서류는 하나도 빠짐없이 철저히 보관하라는 속성 대표님들의 지시가 있기에 처벌을 피해 간다 한들 그 사람들의 행적을 담은 서류 자체는 남아 있을 것이다.
“어…… 전부 다요?”
“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강다온에게 약속한 것은 강다온의 생명의 은인을 죽인 배후를 찾아 그 목숨을 앗는 것이니까. 부모라는 이름을 더럽힌 그 사람들을 찾는다 해도 이제 와 잘잘못을 따질 수도, 마땅한 처벌을 내릴 수도 없다. 강다온도 더는 그 사람들과 엮이지 않고 싶어 하는 것 같고.
그럼에도 없는 시간까지 쪼개서 그 수많은 서류를 뒤지며 그 사람들을 찾으려 하는 이유는.
“그냥, 욕심입니다.”
그래, 욕심이다. 순순히 개인적인 심욕. 그리고,
‘형, 진짜 이상한 거 하나 알려줄까요? 죽을 때까지 절 괴롭힌 그 인간들이 죽도록 원망스러운데, 한편으로는 고마워요. 그 인간들이 저를 산에 버려서 결국 아저씨를 만난 거잖아요. 아저씨는 저를 거둔 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제가 그 인간들을 원망하는 것처럼 나를 엄청 미워할 수도 있겠지만, 저도 차라리 그때 산에서 죽어버렸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진짜 행복했거든요. 아저씨와 함께한 나날들이 정말 꿈처럼 너무 행복했어요. 그거 때문에 사는 거예요. 자책이 숨을 멎게 해도 그 시간들만 떠올리면 역설적이게 숨이 쉬어지니까.’
나를 닮은 이 아이의 갈망을 이루어주면 나의 바람도 운명이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이기심.
오 년 전 그날도, 사부는 웃고 계셨다.
오 년 전 그날도, 나는 웃고 있었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한시도 입가를 내리지 않았던 그날의 내가 너무도 미운데, 그 역한 과거가 만들었던 추억에 오늘도 사는 내가 너무도 혐의쩍었다.
“다른 경찰서 쪽에서도 저희가 서류 받아서 다 드릴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긴 하다만 괜히 제가 번거로우시게 하는 건 아닌지…….”
“아유, 저희가 특경부 대원님들께 얼마나 도움을 많이 받는데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죠.”
손사래를 치며 경찰관분이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저 불법 속성 사용자 본부로 데리고 가면서 서류도 들고 가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예, 준비해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간단한 대화의 끝은 또다시 새로운 대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 저 오빠랑 사귀어?”
“뭐라는 거야, 얘가……!”
“아니야?”
“아니야.”
“그럼…… 언니 저 오빠 좋아해?”
“아니라고! 다 아니야!”
순수만이 묻어나는 김채아 학생의 질문에 김한아 학생이 극구 부인하였다.
“그치만 아빠는 채아가 좋아서 채아 볼 만진댔는데?”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뭐가 다른데?”
“아, 아무튼 달라! 아잇, 이게 다 아빠 때문이야…….”
다급히 부정하는 김한아 학생을 보며 김서아 학생이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근데 언니,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래.”
“넌 또 그런 말을 어디서 배워온 거야…….”
“뭐야, 선배. 나 좋아해요? 죄송하지만 전 저희 관계를 선후배 이상으로 생각한 적이-”
“아니라고! 내가 너를 왜 좋아해!!”
강다온까지 거들자 김한아 학생이 결국 짜증 나, 라며 소리를 지르고 경찰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 반응이 좋네요. 괴롭히는 맛이 있겠습니다.”
“……형.”
“마치, 인화 아가씨처럼?”
형은 인화를 바라보며 한쪽 눈을 감았다 떴다.
“뭐요?”
신경질적인 인화의 말에 형이 급히 말을 돌렸다.
“아, 얼른 김한아 학생 따라가봐야겠습니다. 다들 가시죠~”
김서아 학생과 김채아 학생의 손을 잡고 원우 형이 앞장섰다.
“아이구, 귀여워라. 오빠가 까까 사줄까요?”
“네, 아저씨!”
‘아저씨’라는 호칭에 형이 몸을 움찔했다. 형은 애써 웃음을 유지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니고. 오빠, 해보십쇼. 오빠.”
“아저씨!”
유독 또박또박 발음하는 김서아 학생의 해맑은 웃음에 형이 더는 시도할 생각조차 포기하고 체념하였다.
“……예, 아저씨입니다……. 다 늙어빠진 아저씨…….”
“과자 사줄 거예요?”
“김한아 학생한테 허락받으면요…….”
경찰서를 먼저 나가는 형과 김서아 학생, 김채야 학생을 뒤따라 걸음을 옮기던 강다온이 문 바로 앞에서 멈칫하였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형.”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그런 강다온을 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본부로 와.”
그 말에 놀란 듯 잠시 나를 응시하던 강다온이 슬며시 웃었다.
“네.”
어느덧 불의 나비가 30화를 도달하였습니다. 브런치 운영 시스템상 연재 브런치북은 30화까지 연재가 가능하기에 '제4막 너와의 새로운 인연(完)'가 연재될 12월 9일부터는 새로운 연재 브런치북, "불의 나비 - 2"로 찾아뵙겠습니다.
아직 많이 미숙하고 어린 중학생 작가 지망생이 쓴 부족한 글에 언제나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불의 나비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