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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막 최연소 꼬맹이 대원?(4)

불의 나비 70화

by 매화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시끌벅적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온기중학교는 아직 방학을 하지 않은 모양이네?”


“네, 내일이 방학식이에요!”


그러나 그 떠들썩함은 내가 들어오자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던 하연과 현성의 몸이 굳어버림과 동시에 사라졌다. 긴장한 두 사람의 모습에 옆에 있던 대원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다른 대원들이랑은 많이 친해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아이들의 앞에 앉으며 하는 말에 하연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저기…… 저희한테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그러지 그럼.”


하연은 나를 보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먼저, 윤하연?”


“네……!”


“열다섯 살에 현재 온기중학교 다니고 있고.”


나는 하연이의 팔찌를 살폈다. 팔찌의 보석이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풀 속성. 사용해 본 적은 없지?”


“앗, 네.”


사용해 봤다면 더욱 문제긴 하지.


“특경부에 들어오고 싶은 이유가 뭐야?”


“우연히 특경부 대원 언니, 오빠들이 일하시는 걸 봤는데 불법 속성 사용자들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주는 정의로운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저도 특경부의 대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불법 속성 사용자들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주는 정의로운 모습이 멋있다고 말하는 하연의 눈동자가 다시금 반짝였다. 이 아이가 생각하는 정의와는 거리가 먼 특경부의 속된 진실을 들어도 순수하게 빛나는 저 눈동자는 변치 않을까.


“일단 알겠어. 다음은 하현성?”


“네.”


“열다섯 살에 윤하연과 같이 온기 중학교를 다니고 있고, 속성은…….”


나는 현성이의 팔찌를 확인했다. 팔찌의 보석이 빨간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불 속성이네. 사용해 본 적은 없지?”


“아, 그게……”


현성은 잠시 망설이다 손목에 착용하고 있는 팔찌로 시선을 내리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저희 부모님이 살인사건에 휘말렸거든요. 그 사건 재판 날, 법정에서 가해자 얼굴을 보고 순간 화가 나서 그만…… 속성을 사용했어요.”


현성의 말에 나는 자동으로 고개를 돌려 내 옆에 있는 형을 바라보았다. 속성을 사용했다면 더더욱 내가 이 아이를 모를 수가 없었다. 어린아이라고 한들 남을 헤칠 목적이 분명한 상태로 속성을 사용했으니 명백히 불법 속성 사용자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형이 허리를 숙여 내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협회장님들이 눈감아 주셔서 불법 속성 사용자 취급 기각됐었어. 고작 다섯 살이었으니 아마 속성이 잘 생성되지도 않았을 거야. 어느 정도 형체를 띄고 나왔다고 해도 닿기도 전에 사라졌을 거고.”


“눈감아 주셨다고?”


“응. 뭐, 정확히는 어물쩍하게 넘어가서 취급은 됐으나 기각으로 처리하신 거지만. 무죄 선고지. 그 일로 후에 이 대표님한테 좀 혼나셨을걸.”


형과의 속닥임에 현성이 불안한 눈빛으로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특경부에 들어오고 싶은 이유는 뭐야?”


“저도 윤하연이랑 똑같은 이유예요. 특경부가, 멋져서…….”


현성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진우가 현성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꼬맹이들 너무 귀엽지 않아?”


옆에 있던 선아 누나가 하연이의 볼을 눌렀다.


“볼도 완전 말랑말랑해. 우리 꼬맹이들 귀여워…….”


“꼬맹이 아닌데요오…….”


‘꼬맹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안 듯한 표정으로 하연이 한쪽 볼이 눌린 채 말했다.


“윤하연, 하현성.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한껏 진지해진 나의 태도에 진우와 선아 누나는 꼬맹이들에게서 손을 떼 옆으로 몇 걸음 물러났고, 꼬맹이들은 긴장을 머금었다.


결국, 찾아오고 말았다. 특수 속성 경호 본부의 정의와 그에 대한 희망을 잔뜩 끌어안고 있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알려줄 시간이.


“특경부는 너희가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이 아니야.”


그 뒤로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은 사부의 실종과 실군단의 존재, 그리고 특경부의 본 목적과도 같은 어둡고 무거운 내용뿐이었다. 최대한 간략히 줄인 이야기를 다 듣고도 꼬맹이들은 긴장을 푼 채 오히려 전보다 더 태연했다.


“아무리 속성이 약점이라 한들 실군단은 위험한 존재야. 특경부의 대원으로 지내다 보면 죽음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게 돼. 그들 때문에 실제로 목숨이 위험했던 대원들도 있었고. 그래도, 특경부의 대원이 되고 싶어?”


꼬맹이들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 되고 싶어요!”


“네.”


꼬맹이들을 보며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 아이들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일은 내가 먼저 죽기 전에는 절대 없을 거라,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라 다짐하며.


하연은 현성을 보며 환히 웃음을 지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꼬맹이들에게서 눈길을 거두며 주위에 있는 대원들을 한 번 살폈다. 여러 차례 시선을 옮기는 순간 문득 이현과 눈이 마주쳤다.


“왜 그렇게 쳐다봐? 괜히 불안하게…….”


그나마 이현이 가장 적당하려나.


“네가 하연이 속성 확인 좀 해줘. 힘 잘 조절해서 테스트해 봐.”


내 말에 이현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어? 내가?”


“어, 네가. 현성이는 나 따라와.”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현성과 함께 아무것도 놓여져 있지 않은 텅 빈 방에 들어갔다.


“아니, 오빠! 어디 가는데!”


누군가 애절하게 날 부르는 것 같지만, 신경 안 써도 알아서 잘하겠지.


이현을 무시한 채 매정하게 문을 닫아버리고 긴장한 현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긴장할 거 없어. 넌 하연이랑 경우가 조금 달라서 몇 가지 확인할 게 조금 있어 데리고 온 거니까.”


팔찌를 뺀 뒤 약한 속성으로 불의 나비 하나를 소환했다.


“팔찌 빼고 속성으로 이 나비 잡아 봐. 어떤 수를 써도 상관없어. 잡기만 하면 돼.”


“네, 알겠습니다.”


긴장을 털어내려 작은 한숨을 내뱉고 현성이 팔찌를 빼며 눈을 붉은색으로 빛냈다.


……역시, 망설이지도 않고 처음부터 고유의 능력을 쓰는 건가. 제대로 속성을 사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일 거라 체력 소모가 심할 터인데.


현성의 손끝에서부터 탄생한 불 속성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바늘이 불의 나비를 쫓았다. 허나 민첩한 불의 나비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불의 나비는 현성이 바늘을 만드는 족족 무자비하게 삼켜버렸다. 즉, 현성이 지금 소환된 불의 나비보다 강한 불 속성을 사용하지 못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자전거 운전과 같은 기억 중에서도 장기 기억, 그중에서도 절차 기억으로 분류되는 것들에는 속성 사용도 포함된다. 뇌가 잊었다 하여 몸 또한 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성이 처음 속성을 사용할 때에는 감정이 들어갔다. 그것도 가장 위험한 복수심에 불탄 분노가.


첫 기억을 애석하게도 몸이 온전히 기억하고 있고 그 기억을 부정하는 몸부림의 결과를 철저히 드러내고 있었다.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서려 있는 한이 가득하였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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