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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막 최연소 꼬맹이 대원?(6)

불의 나비 72화

by 매화연

아버지의 집무실로 가는 길에 꼬맹이들에게 말했다.


“지금 너희들이 지내고 있는 보육원 있잖아. 그게…….”


아예 충격이 없진 않을 터이니 대체 어떻게 말을 이어야 아이들에게 그나마 적은 충격을 줄 수 있을까.


“알아요. 사라진다고 말씀하시려는 거죠?”


내가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현성이 먼저 말을 꺼냈다.


“뭐? 보육원이 사라져? 봄의 꿈이?”


하연은 이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보육원의 사정을 담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하연의 눈동자는 더욱 흔들렸고 고개를 점차 숙여갔다. 그에 비해 현성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 태연하게 내 말을 들었다.


“그래서 김 선생님이 너희들의 후견인이 되어주신대. 앞으로 보호자로서 너희들을 보살펴 주실 거야.”


“협회의 김 선생님이요?”


김 선생님의 언급에 하연의 얼굴에 갑작스러운 화색이 돌기 시작했고 슬며시 미소가 피었다.


“응, 자세한 건 나중에 김 선생님이랑 직접 대화해 봐.”


똑똑, 몇 번 아버지의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이 대표님, 특경부 이도헌입니다.”


그러자 곧이어 어김없이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버지 옆에 서 계시던 태윤 형과 눈이 마주쳤다. 형은 나를 보곤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나는 태윤 형에게 인사를 한 뒤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 대표님. 특경부에 새로운 대원들이 들어왔습니다.”


아버지는 잠시 서류에서 눈을 떼시고 하연과 현성을 아무 말씀 없이 가만히 쳐다보셨다. 꼬맹이들은 잔뜩 긴장을 한 채 내 옆에 서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윤하연이라고 합니다…….”


“하현성이라고 합니다.”


꼬맹이들의 소심한 인사에 아버지는 옆에 있던 한 서류를 들고 오시며 말씀하셨다.


“김 선생이 윤하연과 하현성의 후견인이 되어주겠다 했다더군.”


“네, 김 선생님께서…… 예?”


어떻게 알고 계신 거지? 내 마음속을 들여보시기라도 하듯 아버지가 이어 말씀하셨다.


“상황은 박 협회장한테 다 들었다. 지금 김 선생을 불러줄 테니 여기서 간단히 이야기라도 하고 가.”


“아, 아닙니다. 바쁘실 텐데 저희가 가야죠.”


“됐어, 바쁘긴 너희들도 마찬가지 아니더냐.”


아버지는 집무실의 전화기로 김 선생님에게 전화를 거셨다.


“앉아서 기다리시죠.”


태윤 형의 말에 내가 먼저 의자에 앉자 내 양옆으로 꼬맹이들이 졸졸 따라와 앉았다.


“저, 오빠.”


아버지를 빤히 바라보던 하연이 나를 부르며 내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자세를 낮추자 하연은 내 귀에 소곤거렸다.


“오빠랑 이 대표님 엄청 닮았어요. 외모도 그렇고 분위기까지 완전 똑같아요.”


그 말에 옆에 앉아 있던 현성이 고개를 살짝 내밀어 하연과 눈을 맞추었다.


“그야 형은 이 대표님 아들이니까.”


“진짜?!”


의도치 않게 목소리가 크게 나온 모양이었는지 하연은 제 입을 손으로 막으며 아버지의 눈치를 보았다. 옆에 서 있던 태윤 형이 그 모습을 보시고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하연에게 말했다.


“모르셨습니까? 두 분이 얼마나 닮으셨는데.”


“그러게요. 전 왜 이걸 이제 알았죠……? 아! 그럼 비서님이 오빠를 도련님이라고 불렀던 이유도 오빠가 이 대표님 아들이어서……!”


큰 깨달음을 얻은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연을 보고 현성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너 그거 알아? 선아 누나랑 도헌이 형 남매야.”


“뭐라고……? 선아 언니랑 도헌이 오빠랑? 그러면 선아 언니가 이 대표님 딸? 우와…….”


형은 놀란 하연을 보고 귀엽다는 듯 웃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김 선생님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오셨다.


“앗, 김 선생님~!”


김 선생님을 발견한 하연이 환한 웃음을 장착한 채 해맑은 목소리로 김 선생님을 부르며 달려가 김 선생님의 품에 쏙 안겼다.


“어이쿠, 하연이구나.”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김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하하, 그래. 그동안 잘 지냈느냐? 어디 아픈 곳은 없었고?”


“네!”


“자자, 일단 앉아서 이야기 나누자꾸나.”


김 선생님의 품에서 나와 하연이 다시 내 옆에 앉고 김 선생님이 우리의 맞은편에 앉으시자 현성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현성이도 오랜만이구나.”


꼬맹이들과 김 선생님의 사이에 익숙하게 친근한 말이 오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차마 당황을 숨기지 못하였다.


“아이들이랑 원래 아는 사이셨습니까?”


“아, 내가 말을 안 했나 보군. 하연이 열 살 때 한 번 크게 앓았었다. 단순 고열이 있는 몸살이었는데 하연의 면역이 많이 약해져 있었는지 바이러스가 속성에도 영향을 주었더구나, 그래서 치료 때문에 한동안 우리 약국에서 거의 생활하다시피 지냈어.”


“그래서 저랑 김 선생님이랑 엄청 친해요. 그쵸?”


“그럼.”


뿌듯해하는 하연을 보시며 김 선생님이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그 뒤로 김 선생님과 꼬맹이들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약국 문 닫는 시간이 열 시야. 시간 조정은 조금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열 시에 너희들을 데리러 가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늦나?”


“아니요. 괜찮아요!”


찰나도 놓지 않는 하연의 명랑함이 계속해서 지속되었다.


“저, 근데 김 선생님.”


이야기 도중 현성이 미안함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소심하게 말했다.


“왜 이렇게까지 저희를 챙겨주시는 거예요? 저희야 김 선생님에게 정말 감사하지만, 저희가 뭐라고…….”


현성의 말에 하연이 눈썹을 내리며 현성을 바라보았다. 김 선생님은 꼬맹이들의 미안함을 덜어주시려는 듯 다정히 웃으셨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서 사회에 첫 발걸음을 디딜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어른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


“많이 서툴겠지만 그래도 너희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마.”


한없이 따뜻한 김 선생님의 말씀에 꼬맹이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꼭 너희를 도와주고 싶어. 하연아, 현성아, 허락해 줄래?”


하연은 현성을 한번 바라보았다. 현성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하연도 현성을 보며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김 선생님.”


꼬맹이들이 웃음을 보이며 말하자 김 선생님도 웃음으로 답하셨다.


“그럼 도헌아 오늘부터 아이들 데리러 열 시에 본부로 가마.”


“네, 알겠습니다.”


김 선생님과 대화를 끝마친 하연이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보았다.


“오빠, 보육원 선생님이랑 잠시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와도 돼요?”


“그럼.”


하연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김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나랑 같이 가자꾸나. 어차피 나도 다시 협회로 가야 하니까.”


“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하연은 현성과 김 선생님과 함께 집무실의 문이 닫히기까지 계속 멈추지 않고 조잘댔다.


“기운이 넘치는 아이네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 대표님?”


“됐고, 이거나 좀 처리해 주거라.”


“아, 예.”


꼬맹이들이 자리를 떠나자 순간 고요해진 집무실 안에 사적인 이야기가 완전히 사라진 삭막한 업무 이야기만 떠돌아다녔다.


“진짜 고지식하셔…….”


아버지가 건네시는 서류들을 받으시며 태윤 형이 중얼거렸다.


“뭐?”


“네? 아, 제가 뭐라 했습니까?”


뻔뻔하게 발뺌을 떼는 형의 태도는 상황을 자연스레 넘기기는커녕 오히려 아버지의 미간의 찌푸림을 더 짙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봐.”


“하하, 대표님께서 잘 못 들으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전 서류 처리하러 가보겠습니다!”


황급히 태윤 형이 집무실을 나가자 아버지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시며 짧게 헛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의 시선은 그대로 나에게로 옮겨졌다.


“나한테 더 할 말이라도 남아 있느냐.”


“아, 아니요. 없습니다. 그……,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자리에 일어서서 아버지에게 인사를 한 뒤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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