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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막 최연소 꼬맹이 대원?(5)

불의 나비 71화

by 매화연 Mar 12. 2025

 순간의 빛이 현성을 휘감았다. 확연한 형체는 띠고 있지 않을지언정 색만은 선명하였다. 자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빛이 속성에 온전히 깃들자 상황이 흔들렸다.


 또다시 불의 나비를 향하던 바늘이 전과는 사뭇 달리 아슬아슬한 모습은 모두 배제한 채 일직선으로 곧고 빠르게 날아가며 불의 나비를 노렸다. 나는 일부러 불의 나비를 그곳에 잠시 멈추었다. 잔잔히 날개만을 움직이는 불의 나비에 마침내 가시의 끝이 도달하였다.


 “……허.”


 짧은 헛웃음과 함께 나는 불의 나비를 거두며 현성의 손목을 잡았다.


 “그만.”


 현성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붉게 빛나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슬며시 손목을 놔주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현성이 털썩 주저앉았다.


 현성이 호흡을 고르는 동안 나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시선에 걸린 건 불의 나비를 통과하고 벽에 꽃인 불 속성으로 이루어진 현성의 가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무친 한으로 이루어져 있다, 라고 해야 하나.


 가시를 벽에서 뽑힌 가시는 약한 온기를 선사하며 곧바로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단 삼 초. 형체도 분명치 않고 정체도 모르는 그 빛은 적을 처치하기엔 극히 짧은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내게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엔 충분히, 아니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물론 빛을 품은 가시는 속성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았고 없어져야 하는 감정만 가득했으나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나중에는 대체 얼마나 괴물이 되어있으려고.


 나는 변해버린 가루마저 사라져 버린 손을 잠시 쳐다보다 다시 현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현성을 아직까지도 고개를 들지 못한 채로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했다간 쓰러졌을 수도 있겠군.


 “하현성.”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현성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 나밖에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 왜 특경부 대원이 되고 싶은 건데?”


 ‘멋져서’라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현성이 속성을 다루는 태도를 뒷받침하기엔 부족했다.


 방금 보여주었던 현성의 모든 행동은 잔뜩 표출된 원망에 공격적이고 날이 서 있다. 아무리 주목적이 공격이라 해도 너무나 과도하게. 특히 마지막 공격은 한 그 자체였다.


 현성은 입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며 망설이다 끝내 말을 꺼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요. 다신, 그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아요.”


 두 손에 주먹을 꽉 쥐며 현성이 말했다.


 “원래 그냥 소중한 사람을 더 이상 만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윤하연 때문에…….”


 현성은 말을 끝내지 못한 채 살짝 인상을 쓰다가 하연을 떠올리는 듯 멈칫하더니 이내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진짜, 윤하연 바보 같아.”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현성의 눈에 담긴 감정을 알아낼 수 없었다.


 원망이라기엔 맑았고, 의지라기엔 불투명하였으며, 그리움이라기엔 탁했고, 복수심이라기엔 연약하였다.


 “일어나.”


 현성을 향해 손을 뻗자 현성이 쭈뼛쭈뼛 내 손을 잡고 일어났다.


 대충 이 아이의 분석을 끝났다. 잠시 보여준 그 빛나는 가능성이 마음 깊은 곳이 뿌리내렸다. 앞으로 더 지켜보고 구체화를 해야 하긴 했지만 훈련의 방향도 어느 정도 잡혔고, 이만하면 충분히…….


 “그, 형.”


 앳된 목소리의 ‘형’이라는 단어가 내 생각을 완전히 멈추게 했다.


 “저, 많이…… 부족한가요?”


 우물쭈물 말을 잊는 현성을 잠시 가만히 지켜보았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눈에 훤히 보여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어, 부족해.”


 “아……, 역시…… 그렇겠죠.”


 내 말에 시무룩해하며 현성의 고개가 점차 숙여졌다.


 “감정 조절 하는 게.”


 “네?”


 “네 속성엔 감정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 그 감정이 온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고. 속성 자체는 많이 뛰어나.”


 어쩌면, 후에는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내 말에 그제야 현성의 얼굴에 다시금 웃음이 피었다.


 현성을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가니 한층 들뜬 이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구오구 잘해~ 처음 하는 거 맞아? 너무 잘하는데?”


 “진짜요?”


 “그럼!”


 초록색으로 눈을 빛내는 하연의 손바닥 위에는 자그마한 나뭇잎이 세 개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낌없이 칭찬을 쏟아부으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이현의 행동에 하연이 활짝 웃어 보였다. 언제까지 저 짓을 하는지 좀 더 지켜보려 했건만, 미간을 구긴 나를 무심코 시선을 옮긴 진우가 발견해 버렸다.


 “야 이현아. 네 고용주 나왔다.”


 “헉!”


 진우의 말에 이현이 짧게 소리를 내뱉고는 미세하게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해.”


 “테, 테스트 중이었지.”


 나는 하연의 손바닥에 떠다니는 나뭇잎들을 한 번 일별한 뒤 다시 이현에게 시선을 옮겼다.


 “테스트?”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이 테스트를 하는 모습이라고?


 “다 끝났어! 처음 한다는 거 치고는 속성 잘 쓰던데. 그, 아마도…….”


 자신이 없는지 점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 나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아하, 테스트가 다 끝났다? 그래, 그럼 얼마나 테스트를 잘했는지 보자고.


 나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옆으로 살짝 삐뚤게 기울었다.


 “얼마나 잘 쓰는데.”


 “얼마나라니……? 어, 그게, 쓰읍……. 흐음.”


 이현이 대원들을 한 번 둘러보다 부족한 확신 탓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인화 언니만큼……?”


 “인화만큼? 그럼 지금 하연이 인화랑 대련시켜봐도 이길 수도 있겠네?”


 “아니? 당연히 언니가 더 잘하지.”


 “인화만큼 잘 쓴다며.”


 “어…… 음…….”


 말 문이 막혀버린 듯 이현은 의미 없는 소리만을 연신 반복했다.


 “최이현, 테스트는 상대방의 실력을 확인하는 수단이야. 시답잖은 장난치면서 일방적으로 무작정 칭찬하고 박수 쳐주는 건 장기 자랑이고.”


 그 말에 순간 울컥했는지 이현이 언성을 높였다.


 “오빠가 나한테 알아서 테스트하라며! 씨잉, 하라는 거 했는데도 뭐라 하고…… 오빠 진짜 너무해!”


 이현은 그대로 나를 지나쳐 휴게 시설이 놓여져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쾅, 세게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본부에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아이고, 이현이는 내가 달래줄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아직 절차 남았잖아?”


 이준 형의 말에 나는 이현이 들어간 방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꼬맹이들, 이 대표님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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