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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막 익숙한 얼굴(2)

불의 나비 75화

by 매화연 Mar 21. 2025

 누나는 곧바로 형에게로 달려가 형의 품에 안겼다. 갑작스러운 누나의 행동에 형은 잠시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몇 번의 뒷걸음으로 금세 다시 중심을 잡았다.


 연정 누나와 이준 형은 연인 사이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서로를 알고 지낸 이십구 년 지기 친구이자 고등학생 때부터 이미 사귀고 있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였고 정식으로는 스무 살 때부터 사귀게 되었지만 작전 수행을 위해 누나가 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연락조차 잘 못 했을 테니 형은 애가 타다 못해 이미 불타 없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육 년을 기다려 기약 없는 이별 끝에 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연정아……?”


 누나는 형의 품 속에서 고개를 들어 형을 바라보았다.


 “나 보고 싶었지?”


 누나의 얼굴을 확인한 형의 눈시울이 점차 붉게 물들었다. 형은 누나를 힘껏 안으며 누나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응, 보고 싶었어. 진짜 많이.”


 누나는 형이 귀엽다는 듯 웃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우리 자기, 잘 기다렸네?”


 “연정아…….”


 “응, 나 여기 있어.”


 누나와 형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던 쌍둥이가 누나의 목소리에 깼는지 고개를 들어 부스스한 얼굴을 보였다.


 “으, 시끄러워…….”


 “누구 목소리가 이렇게 큰 거야…….”


 연정 누나는 형의 품에서 나와 쌍둥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쌍둥이, 나 왔는데 계속 자고만 있을 거야?”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찌푸린 채 누나의 얼굴을 확인한 쌍둥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연정이 누나?!”


 “연정이 언니!”


 쌍둥이가 누나에게로 달려가자 누나가 두 팔을 벌렸다. 누나의 품에 쏙 들어간 쌍둥이의 머리를 누나가 마구 쓰다듬었다.


 “아이구, 우리 막둥이! 이쁜이들! 내 새끼!!”


 또다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안에 타고 있던 인혁과 인화, 선아 누나와 연희가 다 같이 본부로 들어왔다. 다들 연정 누나를 보고 처음에는 놀랐지만 모두 반가움 속에서 누나를 맞이했다.


 “박연희! 이 언니가 다시 돌아왔다! 너의 자랑스러운…… 읍?!”


 “조용히 해. 돌아오자마자 시끄럽게 뭐 하는 거야.”


 연희는 자신의 손으로 연정 누나의 입을 막았다. 연정 누나는 잠시 못마땅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으며 연희의 손을 떼었다.


 “그래도 나 보고 싶었지?”


 “……시끄러워.”


 빨개진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연희가 고개를 획 돌렸다.


 “귀엽기는.”


 연정 누나가 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중에도 이준 형의 시선은 계속해서 누나를 향해 있었다.


 “이야 박인혁, 많이 컸다?”


 “아~ 이젠 누나도 내가 그냥 쉽게 이기지.”


 “호오. 오냐, 그 도전 기꺼이 받아주마.”


 누나가 팔찌를 빼려고 하자 인혁이 황급히 막았다.


 “아, 아이, 누님. 이제 막 한국으로 귀국하셔서 많이 힘드실 텐데 대련은 다음으로 미뤄두시고 일단 푹 쉬셔야죠. 안 그렇습니까……?”


 “참나.”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누나가 시선을 선아 누나와 인화에게로 옮겼다.


 “오구, 우리 선아랑 인화! 잘 지냈지?”


 선아 누나와 인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누나가 묻자 인화가 배시시 웃음을 띤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일은 다 끝난 거야?”


 미소를 띤 선아 누나가 연정 누나에게 말했다.


 “응, 마무리됐어. 일이 끝나서 한국으로 돌아온 건 맞지만, 뭐 원래라면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금 더 주시하고 복귀했어야 했는데 조금 서두르긴 했지.”


 누나는 사뭇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한 협회장님의 일을 전해 들었으니까.”


 순식간에 본부의 공기가 한층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아, 이럴까 봐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계속 모르는 척을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연정 누나는 짧게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너희들에겐 오 년 전 일이겠지만 나랑 보스는 삼 개월 전에 알게 됐어. 그 같잖은 실군단과 우두머리에 관한 것도.”


 아무렇지 않은 듯 누나는 태연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쓸쓸함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특경부의 본 목적은 잘 알고 있어. 너희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도. 그래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나도 특경부의 대원이 되고 싶어. 보스랑은 이야기 다 끝났고 이 대표님에게는 보스가 전해준다고 하셨으니 알고 계실 거야. 당연히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리더님의 생각이지만.”


 누나는 다시 웃음을 되찾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리더님은 어떻게 생각해?”


 “누나를 거절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언제든지 환영이야.”


 특경부에 연정 누나가 든든한 대원으로 들어오겠다는 일을 거절하면 특경부 측만 손해지.


 “그럼 이제 연정 누나가 훈련 담당하면 되겠-!”


 “안 돼.”


 절대 안 돼. 저 인간이 훈련 계획을 어떻게 짤 줄 알고. 나도 감당 못 한다. 서진우 네가 아무리 울상으로 그렇게 삐져있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연정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이준 형의 물음에 살짝 머뭇거리다 끝내 연정 누나는 살짝 옷을 걷어 오른쪽 손목을 형에게 보여주었다.


 “뭐, 크게 다친 건 아니고. 아주 살짝.”


 잠시 손목을 바라보던 형이 연정 누나의 옷을 확 걷었다. 옷깃이 스쳐 지나간 곳에는 맨살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그저 새하얀 붕대만이 촘촘히 감겨져 있을 뿐이었다. 굳어가는 형의 표정에 누나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이게 어디 봐서 살짝 다친 거야.”


 “진짜 조금 긁히기만 한 거여서 걱정 안 해도 돼. 지금은 흉터밖에 안 남았는데 흉해서 붕대로 잠시 감아 놓은 거야. 뭐, 어찌 됐든 일단 살아서 돌아왔잖아?”


 누나는 웃음을 띤 채로 장난을 치며 슬쩍 옷을 내렸다.


 “그나저나 이 꼬맹이들은 누구야?”


 누나의 시선이 꼬맹이들에게로 향했다.


 “아, 안녕하세요. 윤하연입니다……!”


 “하현성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특경부 대원들이야.”


 꼬맹이들의 이름을 듣자 연정 누나가 미세하게 몸을 흠칫 떨었다. 누나는 나를 한 번 일별하더니 다시 꼬맹이들을 보았다. 꼬맹이들을 아는 눈치였다.


 “오호, 귀여운 대원들이 들어왔군?”


 그 말에 꼬맹이들이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연정 누나와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을 때 순간 누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나가 핸드폰의 화면을 확인하자 반가운 듯 환히 웃어 보이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그었다.


 “여보세요?”


 “연정아!!”


 핸드폰 너머로 박 협회장님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누가 뭐래도 연정 누나는 박 협회장님의 딸이라는 사실이 한 번 더 증명되었다.


 “조용히 해.”


 천 팀장님이 박 협회장님에게 속삭이시는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빠~!”


 “아이고, 우리 큰 딸내미! 지금 어디냐? 아빠가 그리로 갈까?”


 “아유, 바쁘실 텐데 제가 가야죠! 협회장 집무실에 있는 회의실이지?”


 “응. 그냥 이번 회의는 대충 하고 빨리 끝내자니까 뭐가 그리 말이 많은 건지…….”


 박 협회장님의 중얼거림에 곧이어 최 소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대표~ 박 협회장이 지금 너 험담하는데?”


 “시끄럽다, 최 소장!”


 여느 때와 같이 두 분이 투닥거리는 소리에 연정 누나가 몇 번 웃어 보였다.


 “그럼 내가 거기로 갈게. 지금 갈 테니까 속성 대표님들이랑 보스 잠시만 좀 붙잡고 있어 줘!”


 “알겠다!”


 “응, 빨리 갈게요~”


 통화가 종료되고 누나를 고개를 돌려 나에게 말했다.


 “가자, 도헌아.”


 “나도 가?”


 “대원이 대표님께 인사드리러 가는데 리더도 당연히 같이 가야지~ 오랜만에 보스도 보고. 빨리 가자.”


 앞서가는 연정 누나를 뒤따라 협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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