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인 우리막내는 핸드폰게임을 좋아한다.
가족 중 혼자만 폰이 없는게 불쌍해서(?) 집에 굴러다니는 공폰을 준게 화근이었다. 평일 20분. 주말 2시간씩 사용시간이 우리집 규칙으로 정해져있지만 막내는 늘,
시간 좀 더 주세요~
를 입에 달고 산다.
물론 가끔 필요에 의해 20분을 넘길때도 있다.
10살이 되고서야 핸드폰이 생긴 첫째와는 다르게
막내는 모든 것이 빠르게 허용됐다. 핑계를 대자면 첫째만큼 단속하기가 솔직히 좀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주말에 첫째 친구들이 하는 온라인게임에 껴서 같이 하기도 하고, 레벨도 꽤 높다. 그래도 큰아이들만큼은 고수가 아닐텐데. 동생이라고 껴주는 첫째 친구들이 참 착하구나 싶다.
가끔 우리가족은 모 프로그램 의 독박자~ 리듬에 맞춰서
중독자~ 니가 중독자~
라고 개사해 막내를 놀리곤한다.
하지만 정작 핸드폰을 숨겨놓으면
안 보이니 생각안나는지 그냥 그런대로 또 잘 논다.
그러니까 결론은 핸드폰 보여준 내가 문제.
지난 주말,
할머니댁에 가서 놀 거리가 없다고
첫째랑 연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드디어 내가 폭팔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 등원하자마자 핸드폰을 숨겨놓았다.
밤에 재우려고 누워있는데 그제야 생각났는지,
근데 엄마, 내 핸드폰 못 봤어?
어. 못 봤는데?
엄마가 숨겨놨지?
아니?아까 도깨비 아저씨가 가져가던데?
도깨비 아저씨?
응.
(생각하다가) 도깨비가 정말로 있어?
그럼. 있지. 엄마의 외할머니는 옛날에 도깨비 보신 적 있대. 어릴적 시골에는 도깨비가 옆에 지나가고 그랬대.
그러자 아이의 목소리는 한층 소곤거린다.
에이, 솔직히 말해줘봐. 도깨비 있어~없어~?
있어.
피이. 거짓말. 도깨비 없으면서.
(인내심 다 함) 너 빨리 안 자면 꿈에 도깨비 나온다~
(팍 엎드리며) 나 지금 자아~!! 코오~~
피식.
도깨비 안 믿어주면, 엄마 서운할 뻔 했어.
아직은 속여 먹기 딱 좋은 나이다.
(산타할아버지도 아직 믿는데 큰애가 자꾸 있게? 없게? 퀴즈를 내서 조마조마하다ㅠ 정작 본인도 초4때 친구가 말해줘서 알았으면서.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