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아침잠이 많다.
밤을 새라면 새벽까지도 멀쩡한데, 아침엔 눈뜨는 것조차 힘겹다. 젊을 때부터 순환이 잘 안되는지 눈떴을때 팔다리 관절이 분리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이 있으면 전날 새벽까지 잠을 못자고 뒤척인다. 이렇게 수십년을 새벽형 인간으로 살아왔다.
월요일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첫째 아이를 깨워 아침밥을 먹인다. 오늘 입을 옷을 내주고 소독기에서 물통을 꺼내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준다. 책가방 옆구리에 물통을 끼워 넣고 선크림을 챙겨준다. 첫째 아이의 매무새를 봐준 다음 인사를 해주고 도로 침대에 가 뒹굴거린다. 누운지 십 분. 이번에는 막내를 깨워 세수를 시킨다. 입을 옷을 내어주고 등원버스가 오는 시간에 맞추어 아이의 가방을 들고 함께 나간다. 그렇게 둘째 아이마저 등원시키고 나면 오롯이 나의 일과가 시작된다.
한동안은 다시 쓰러져 낮잠을 잤다. 엄마가 되는일은 되고나서도 체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낮잠을 자다보니 뭔가 허무했다. 저절로 간헐식 단식이 됐지만 몇시간을 그렇게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등원버스가 출발하면 나선 김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왔다. 집에 들어와 라디오를 켰고, 아침밥을 먹었다. 그리고 집안일을 시작한다. 설거지, 빨래, 청소, 정리 등등. 그 다음에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오가 넘어가면 하루가 꽤 흐른 느낌이다. 날이 좋을 땐 오후 산책과 운동도 했지만 요새는 너무 더워 집에만 칩거한다.
늦은 오후에는 더 바쁘다. 둘째 아이가 태권도 학원에서 끝나는 시간에 맞춰 픽업을 간다. 오는 길에 놀이터는 필수. 요즘 같이 불볕더위일 때는 5분만 놀이터에 서성여도 땀이 줄줄 흐른다. 겨우 애원해서 데리고 들어와 씻기고 나면 저녁시간. 그렇게 엄마의 일과는 끝이 난다.
막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내년이면 아침이 조금 더 바빠지겠지?
첫째 아이를 깨움과 동시에 막내를 깨울 것이냐, 아니면 첫째 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할 때 막내를 깨울 것이냐. 학기초에는 데려다 줘야할텐데 몇시쯤 나가야 지각하지 않으려나 요새는 별별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 12시에 끝날테니, 이제 곧 나의 자유시간도 일찌감치 끝나겠지. 향후 2-3년간은 정신없을 예정.
그래도 아이가 크는 과정이니까.
언제 이만큼 커서 학교갈 나이가 됐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