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키워보니 애마다 다르다는 말을 실감한다.
책을 좋아해서 하루종일 보는 것도 가능했던 첫째 아이.
이미 첫째로 인해 게임이며 너튜브며 잔뜩 노출된, 그래서 책보다 재밌는게 세상에 많다는걸 일찌감치 통달한 둘째 아이. (게임레벨도 높고 꽤 잘한다ㅋㅋ)
그러다보니 둘째에게는 많은걸 내려놓게 됐다.
'그래도 잠자리 독서는 해줘야지.' 했지만 다섯 살까지는 발로 책등을 덮어버렸다. (기껏 목아프게 읽어주고 있는데, 발로 슥 밀어버리고 잔다며 돌아눕는 막내야...)
다른집 애들은 다섯살에 벌써 한글을 읽네 영어를 하네 하는데, 작은아이 여섯살까지도 나는 귀를 닫았던 것 같다.
하지만 단 한가지,
잠자리 독서는 포기하지 않았다.
ㅇㅇ이는 한글을 모르는데 문해력은 좋아요.
서사가 복잡하고 긴 이야기인데도 끝까지 가만히 듣고 있더라구요?
제가 물어봤는데 내용도 다 이해를 했어요. 참 신기해요!
유치원 한글담당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다. 본인 이름도 잘 못 쓰던 때였다.
한글을 모르는데 문해력이 좋다라. 참 재밌는 말이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밤마다 내가 꾸준히 이야기책을 읽어줬기에 자동적으로 듣는 훈련이 된게 아닐까.
그 뒤로 조금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 독서를 시도한다. 물론 솔직히 즐거울 리 없다. 가끔 아이가 너무 졸리다며 눕자마자 잠들면,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책을 덮는다. 하지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기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뿐이다. 평생 해줄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가끔 인터넷에 보면 영역별로 다 읽어줘야 하냐는 질문글을 많이 본다.
나의 경우를 고백하자면, 첫째 아이에게는 영역별로 골고루 책을 보여주었다. 왜냐면 첫째 아이는 읽어주는 대로 다 받아들이는 아이였다. 하지만 둘째 아이는 영역은 무슨, 발로 안 덮고 들어만 줘도 땡큐베리감사였다. 영역별 독서는 그냥 '다양함의 즐거움'이다. 치킨도 먹고 피자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는. 그리고 '엄마만족'이다. 초등학교에 가면 어차피 영역별로 디테일하게 새로운 독서를 하게 된다. 영유아 때 읽었던 겉핥기 식이 아닌. 그러니 영유아 시기는 <영역별 독서>라는 워딩에 꽂혀서 엄마가 자학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때 그 전집을 사줬어야 했어!! 라고 엄마는 생각하겠지만. 사실 꼭 그 책을 읽지 않는다고 우리 아이가 잘못되는 건 아니다.
오로지 모든 건 엉덩이힘 기르기의 밑작업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