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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할래요

광고회사 사원과 차장의 업무 배분

by Watermelon

난 성격이 급하다.

일도 빨리 쳐낸다.

업무목록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빠르게 정해 다 해낸다.


그래서 재촉했다.

"나와 같이 일하는 부사수에게 이거 했어?

저거 했어? 이것도 해야 돼" 라고.


그런데 그 친구가 말하더라.

"차근차근 하나씩 할래요."


그 말에 멈칫 놀라면서

그 말이 반가웠다.


고맙다.

나와 이렇게 다른 업무 스타일을 가진 후배가 어렵겠지만 너무 불편하지는 않게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아서.

그래서 내가 맞아, 이 친구의 속도에 맞춰야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많은 선배는 후배보고 자기에게 맞추라고 한다. 자긴 이젠 변하기엔 늦었다고

자기를 써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난 그런 선배가 되고 싶지는 않다.


후배는 일만 하기에도 버겁다.

몇 년이라도 더 일했고 그래서 더 손이 빠른 내가 후배에게 맞출 여유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중간까지는 마중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배라는 이유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 한마디 뱉는 것이 더 가볍다.

선배도 후배 눈치를 보는 건 맞지만,

한마디 혼내기가 지적하기가 더 쉽고

후배에게는 그 한마디가 무겁 들린다.

그 무게를 뼈저리게 느끼며 일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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