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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후 식사

왜 하필 면담하고 나면 꼭 밥때일까?

by Watermelon

눈물이 많고 감정적이 나는

회사에서도 많이 울었다.

특히, 면담하면서.


힘들다고.

당신이 날 힘들게 한다고.

이렇게 더 해주면 안 되겠냐고.

난 노력하는데 왜 모르냐고, 억울하다고,

당신이 오해했다고.


그렇게 감정을 토해내어도 충분히 말했다

생각하지 못했고, 그가 그렇게 들었어도 듣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면담 후 회의실을 나오면 다시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내가 화장실에서 마저 울고 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팀 모두와 밥을 먹으러 갈 수 있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 서로를 할퀴고 나서는 저녁을 먹었고

그다음에는 점심을 먹었다.

나는 그렇게 여러 번 면담하고 밥을 먹고 나서야

돈가스를 먹으러 갔던 그날 깨달았다.


그가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다.

로봇인가? 기분 안 나쁜가?

분명 감정적으로 서로 자기가 옳다고 해놓고 답을 내지도 못했는데 내 얼굴을 보며,

내 눈을 피하지 않으며 어떻게 밥을 먹지?

원래 말수가 없는 사람이긴 해서, 밥 먹으면서 딱히 다른 사람들의 말에 말이 붙이지 않는 건 특별히 다르지 않긴 하지만, 내가 조금 전 한 말들이 거슬리지 않는 건가?

원래 말이 많고 자기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내가 말도 안 하고 밥만 먹는데, 모르나?


알았을 것이다.

그도 상처받았을 것이고

억울한 것이 많았을 것이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았을 것이다.

대답을 했으나, 내가 듣지 못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정리하고

내 앞에서 돈가스를 먹는구나.

그의 시답지 않은 농담에 리액션을 하면서 깨달았다. 노력하고 있는 거구나.


회피한다고만 생각했다.

난 이 팀에 있으려고, 당신과 앞으로도 일하기 위해서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도망 다니기만 한다 생각해서 서운했다.


그의 무표정이,

그의 덤덤함이 지난한 시간을 견딘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돈가스를 씹어 삼키면서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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