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쓰 Jul 10. 2024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낳고 보니 아이는 뇌성마비였다.

아기가 사망할 확률은 60% 이상이고, 뇌성마비일 확률은 80% 이상입니다.


작년, 9월 행복해야 할 출산일에 내가 의사에게 들은 첫마디였다.


2023년 9월 20일, 기억이 마치 어제처럼 너무나 생생한 날이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먹으러 거실로 나갔다.

평소였으면 밥을 차려놓고 먹자고 해야 할 와이프가 어째서인지 밥을 차려놓지 않았다.

"오빠, 나 갑자기 양수 터진 것 같은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응? 첫째도 조산이었는데, 둘째도 조산인 거야?"


회사에 사정을 말한 뒤 급하게 반차를 내고 와이프와 첫째와 산부인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우리는 코로나 검사를 하고, 진료를 했다.

"양수가 터진 게 맞습니다. 빠르면 오늘 저녁, 늦어도 내일은 출산을 할 것 같아요."

첫째도 조산이었는데, 둘째도 조산이라니... 그래도 아기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다.

이 때는 몰랐다 불과 몇 시간 후에 일어날 상황을...

갑작스럽지만 그래도 둘째를 본다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첫째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고, 우리 부모님이 급하게 동탄으로 오셨다.

나는 첫째를 집에 데려다주러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병원에서는 출산이 꽤 남았다고 했기 때문에 집으로 천천히 향했다.

집에 가서 여유를 부리며 부모님께 첫째를 맡기고 돌아오면서 와이프한테 전화를 했다.

"별일 없지? 몸은 어때?"

"괜찮아 오빠, 천천히 와도 될 것 같아."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와이프의 모습에 안심이 되었고, 나는 직장동료와 꽤 오랜 시간 통화를 했다.

"나 둘째가 갑자기 나온대. 왜 우리 애들은 다 조산일까, 성격이 급한가?"

"형! 축하해요! 벌써 둘째라니. 형수님 잘 케어해 드리세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와이프한테 전화가 온다.

"나 와이프한테 전화 왔다.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전화를 끊고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니, 목소리에 힘이 없다.

"민지야 왜 힘이 없어? 많이 아파?"

"오빠... 나왔어... 근데 아기가 이상해"

"응? 갑자기 나왔다고? 이상하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

"아기가 시체처럼 파래. 죽은 것 같아."


때마침 비가 많이 오고 있었고, 병원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막혔다.

와이프는 아기가 죽은 것 같다고 했지만, 솔직히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나에게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고, 그냥 와이프가 잘못 본 것이라고, 처음에 잠깐 숨을 못 쉬어서 파래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병원으로 가고 있는데 산부인과에서 전화가 온다.

"보호자분 되시죠? 병원으로 빨리 와보셔야겠는데요."

어렵사리 주차를 하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시간조차 없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병원에 가보니 와이프가 했던 말이 실감이 났다.

병원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나있었다.

급박한 의사와 간호사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는 가장 먼저 와이프에게로 갔다.

"늦어서 미안해. 혼자 출산하느라 너무 힘들었지? 고생했어."

"오빠... 둘째 어때?"

"내가 바로 가볼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나는 바로 둘째에게로 향했다. 의사가 나를 가로막는다.

"보호자님, 지금 바로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저와 같이 구급차를 타고 가시겠어요? 아니면 따로 차 타고 오시겠어요?"


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구급차를 타고 같이 가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잘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가는데, 이 장면이 너무나 생생하다.

사이렌을 울리며 다른 차들을 다 제치고 지나가는 구급차의 조수석에서 난 그냥 멍하니 창문만을 바라보았다.

현실감이라고는 없었고, 마치 꿈같았다.

하지만 뒤에서 의사가 아기에게 말하는 것을 들으며 꿈이 아닌 현실임을 자각했다.

"아기야.. 왜 그래.. 엄마야.. 눈떠봐... 힘내야지..."

의사는 마치 본인이 엄마인 것처럼 간절하게 아기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그 간절한 대화는 대학병원으로 가는 40분 내내 계속되었다.


대학병원에 도착해 접수를 하고, 신생아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의사가 나에게 왔다.

"선생님, 아기는 어떤 상태인가요?"

"아기가 사망할 확률은 60% 이상이고, 뇌성마비일 확률은 80% 이상입니다."

'뇌성마비라니, 내가 생각하는 뇌성마비는 팔다리가 굳고, 말도 못 하고, 고개도 이상한 곳을 보고, 이상하게 걷는 사람인데... 그게 내 아이라고?'


아기를 낳기 직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에 문제가 없었던 둘째였기 때문에 더더욱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기에 대한 걱정보다 내 미래가 먼저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 그럼 아기를 떠나보낼 수 있나요? 제가 선택할 수 있나요?"

"아니요, 한국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의사는 최선을 다해 살려야 합니다."


우리는 선택할 것이 없었고, 아이를 살리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의사는 최악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믿었고, 우리 아기는 뇌성마비가 아닐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 확신은 며칠 뒤 뇌 MRI를 찍으며 산산이 부서졌다.

둘째의 우뇌는 껍질 정도만 남아 있었고, 좌뇌도 절반 정도가 손상되어 있었다.

전체 뇌의 20% 정도만 멀쩡했고, 나머지는 손상되었거나 녹아져 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생명에 꼭 필요한 뇌간은 손상되지 않았고, 자가호흡과 수유가 가능했다.

의사들은 하나같이 둘째가 평생 누워 있을 것이며,

정말 운이 좋아서 앉거나 걷는다고 하더라도 인지와 언어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순탄하게만 흘러왔던 내 인생에 너무나 강한 시련이 찾아왔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