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키우면서 참 행복했어
수호가 태어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벌써 돌잔치 장소를 예약할 만큼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그동안 수호는 코로나, 감기, 수족구, 탈수 등 참으로 많이도 아팠다.
태어나고 절반은 병원에 가거나 입원했던 것 같다.
수호가 아프면서 첫째 지호도 참 힘들었다.
엄마가 맨날 수호를 챙기느라 잘 챙겨주지 못했다.
4살 지호는 어느 날 우는 표정을 지으며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또 수호 병원 가? 엄마가 어린이집 같이 가는 게 좋은데."
이 날 와이프는 서러운 눈물을 참 많이 흘렸다.
마음과 몸이 아주 힘들고 아팠던 10개월이었다.
어쩌면 이것은 시작인지 모른다.
뇌손상이 심한 수호는 앞으로도 많이 아플 것이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참 많이 생길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수유를 잘하지 못할 수도 있고,
상태가 좋지 않아 지면 위루관을 할 수도, 산소호흡기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의사 선생님들의 말처럼 평생 누워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같이 버텨내고, 같이 건져낼 와이프와 첫째가 있음에 계속 살아갈 힘을 얻는다.
무엇보다 버텨내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시간이다.
극복하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니 내 속에 굳은살이 배기나 보다.
전날보다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힘들다.
노력하지 않아도 버티다 보니 우울감이 줄어들고, 부정적인 생각도 줄어든다.
요즘에는 행복한 일들도 조금씩 있다.
와이프와 함께 첫째의 애교를 보며 미소 짓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수호의 표정을 보며 웃기도 한다.
이렇게 견디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 글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불행의 합, 행복의 합이 같다고 한다.
지금까지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앞으로는 그만큼 행복한 삶이 남아있을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정말 많은 위안이 되었다.
최근 1년간은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았지만, 앞으로는 행복한 날들이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희망을 가지고 가족들과 함께 긍정적으로 살아갈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한다.
아무리 불행한 사람도 마음속에서 불행을 끊어낸다면 행복한 일만 남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명상과 마음공부를 하면서 불행을 끊어내기 위한 노력들을 할 것이다.
혹시 나중에 수호가 '아빠 고생했다'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래도 아빠는 수호를 키우면서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