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 발견한 희망
어떤 일이 일어나도 죽으란 법은 없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 같다.
수호가 태어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나는 희망을 찾으려 노력했다.
찾다 보니 꼭 안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 위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억지로라도 내가 긍정 회로를 돌리고, 행복한 방향으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나에게 어떤 긍정적인 것들이 일어났을까?
작고, 사소한 것에 감사해하는 삶을 살자. 너무나 멋진 말이다.
하지만 크게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굳이 작고,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아도 세상은 살만하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 감사할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수호가 태어난 이후 난 확 바뀌었다.
기존의 생각대로라면 살기가 굉장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매사 부정적이었던 내가 나도 모르게 긍정적인 것들을 찾았고, 찾다 보니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해졌다.
첫째 때는 아이가 새벽에 조금만 울어도 화가 났고, 수유 시간이 오래 걸려도 화가 났다.
그냥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면서 버텼다.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수호는 달랐다. 수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었다. 먹을 수만 있다면.
한 시간이 걸려도 조금이라도 더 먹으면 행복했다.
첫째 때는 뒤집고, 걷고 할 때도 큰 감흥이 없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하게 되는 당연한 일들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아이가 처음으로 웃고, 말을 할 때도 물론 기분이 좋고 신기했지만 엄청난 감동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호는 미소만 지어도 너무 행복했다. 첫째보다 수호가 더 예뻐서가 아니다. 이렇게 아픈 아이가 아주 작은 것만 해도 그냥 신기하고 뭉클했기 때문이다.
수호가 아프지 않았으면 과연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덜 불행했을 테지만 더 행복하진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예전부터 자유 시간이 많은 일을 하는 것을 꿈꿨다.
막연히 숙박업을 하면 자유 시간이 많겠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실천하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힘들었는지 의문이지만, 숙박업을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수호가 태어나고, 내 인생은 절박해졌다.
공무원인 와이프는 몇 년 후면 복직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수호 재활은 내가 해야 한다.
지금 내 직장이 다닐만하긴 하지만, 와이프와 둘 중 한 명이 그만둬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내가 그만두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재활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우리는 돈도 필요하지만 시간도 필요했다.
'그럼 내가 어떤 일을 해야 시간도 많이 생기고, 수입도 생길까?'라는 고민을 했다.
이전에도 수차례 했던 고민이었지만 생각의 깊이가 달랐다.
단순히 뭘 할까 고민하던 예전과 다르게, 빨리 찾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미친 듯이 고민했다.
고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니 미친 듯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게 난 두 달 만에 '서담숲'이라는 북스테이 숙소를 경기도 가평에 열게 되었다.
예전부터 '숙박업' 사업자는 등록되어 있었지만 몇 년간 방치되어 있었다.
숙소 콘셉트 잡는 것부터 숙소 이름 정하기, 로고 만들기, 홈페이지 꾸미기, 인테리어 하기, 예약받기, 홍보하기 등을 단 두 달 만에 끝냈다. 절박해지면 초인적인 힘이 나온다.
이토록 금방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을 왜 몇 년 간 미루기만 했는지 모른다.
아마 수호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직도 마음속으로만 고민했을 것이다.
절박해지면 사람이 변한다.
큰 충격을 받으면 그만큼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요즘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