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서툰 우리, 그래도 함께
새벽 2시 30분.
안방에서 잠들어 있던 나는 거실에서 들려온 소리에 잠을 깼다.
‘무슨 일이지?’
가끔 남편이나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 먹을 것을 찾을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 소리인가 싶었다. 이 시각에 그런 요청을 받으면 피곤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눈이 바로 떠진다. 몸은 오히려 새털처럼 가볍다. 특히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을 때면, 엄마에게는 에너지가 솟는다. 남편은 가끔 아이에게만 다정한 나를 보며 서운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웃으며 생각한다.
이건 분명 ‘신의 조화’라고.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자, 둘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놀란 눈빛이 방 안 공기까지 얼어붙게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모기가 있어요. 앵앵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우리 부부는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을 둘러보며, 모기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살폈다.
우리 집에는 ‘모기 포획 전용 장비’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잠자리채’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모기를 잠자리채에 가둔 뒤, 그 잠자리채를 바닥이나 벽에 붙인다. 이렇게 하면 모기는 잠자리채 안에 갇힌다. 그리고 채 안에 있는 모기를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 과정은 백발백중이다. 모기만 눈에 보이면 곧바로 포획이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바닥이나 벽에 핏자국이 남으면,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낸다. 사용한 잠자리채는 화장실에서 깨끗이 씻은 뒤, 냉장고 옆에 세워 두었다가 같은 상황이 생기면 다시 사용한다.
하지만 오늘은 예상과 달랐다. 우선 모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잡는 일은 더 힘들어진다. 눈을 크게 뜨고 침대 밑, 책상 아래, 옷걸이 뒤, 서랍장 뒤까지 살펴봤지만—어디에도 없다. 이 작은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만약 이 모기를 찾지 못하면, 아이는 잠들었다가도 다시 깰 수 있다. 잠잘 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게다가 물리기라도 하면 부어오르고, 가려워서 잠이 깬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아이 방 안의 모기를 잡아야 했다.
그래서 끝까지 찾아보기로 했다. 폰 후레시를 켜고 집중했다.
“찾았다. 찾았어.”
모기는 천장에 붙어 있었다.
“잠자리채, 얼른 가져와 봐!”
소곤거리듯 말하는 남편에게 잠자리채를 건넸다. 천장까지 닿기에 충분한 길이다.
포획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탁.’
“잘 가라.”
“와, 아빠 최고야!”
“그래, 이제 안심하고 자자. 안 그랬으면 우리 딸이 밤새 뒤척였을 거야.”
책상 위에 남은 핏자국을 물티슈로 닦아냈다. 그리고 숨을 돌렸다. 여름이면 이런 일이 흔하지만, 13층 아파트에도 모기가 산다는 사실은 여전히 신기하다. 그래서 모기에게 묻고 싶었다.
“넌 대체 어디서 왔니? 왜 거기서 나오니?”
이렇게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나면 잠이 달아난다. 아이에게 “이제 자도 되겠다”라고 말한 뒤, 우리 부부는 거실 식탁에 앉았다.
“자기야, 출출하지 않아?”
남편이 묻는다. 나도 허기가 졌다. 새벽에 깨어 있으면, 치킨이나 피자 같은 야식 메뉴가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다. 그러니 얼른 자야 하는데, 오늘은 실패였다.
“…너무 힘을 써서 그런가 봐.”
“그럼 뭐 좀 먹을까?”
새벽의 부작용은 언제나 같다 — 배고픔. 저녁을 먹고 8시간이나 지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나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새벽이 되면 우리는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한 마리의 ‘하이에나’가 된다. 냉장고 속에서 우리의 허기를 채워줄 무언가가 있을까.
‘분명히 하나는 있을 거야.’
이런 희망을 품고, 손은 바빠진다.
“찾았다!”
“만두 먹을래?”
“좋아요.”
싱크대에서 양수 냄비를 꺼내고 물을 붓는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켰다. 새벽 시간에는 모든 소리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주변이 조용해서 그런가 보다.
다들 잠든 이 시간, 무언가를 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말을 믿기로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윙——’
만두가 채 익기도 전에 또 다른 모깃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세 마리다. 우리는 먹으려던 여정을 멈췄다. 새로운 모기는 불면증을 유발할 테니.
남편이 내게 말했다.
“잠자리채 가져와요!”
다시 시작된 새벽의 전쟁. 모든 모기를 잡고 잘 것인가, 아니면 그냥 이불 속으로 숨을 것인가. 이불만 잘 덮으면 안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이 작전이 실패한다면, 모기에게 물린 고통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될지도 모른다.
“얘들아, 어떻게 할까?”
“그냥 자요.”
큰아이는 이불을 푹 뒤집어쓴다. 이건 그냥 자겠다는 신호다. 우리 부부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역시 현명한 판단?’
모기가 생기는 이유도, 우리가 사는 아파트 고층까지 올라오는 과정도 알 수 없다. 그저 이 작은 소동 덕분에 오늘밤은 길고, 따뜻했다. 아이를 생각하며 끝까지 모기를 잡으려는 남편의 모습에, 나는 고마움을 느꼈다.
“내일은 전기 모기향 꼭 사야겠어요.”
“그래요. 내일은 꼭.”
모기 포획 작업 이후 만두로 배를 채우고 잠든 우리. 그 이후 모기가 나타나 우리를 문다면, 그 모기가 먹은 피의 이름은 분명 하나일 것이다.
‘만두피.’
내일은 만두를 빚어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