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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하는 아이, 나도 좋다

by 티라미수 Nov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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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가 올해 들어 시에 관심을 갖더니 시를 자주 읽고 종종 쓴다. 특히 나태주 시인을 좋아한다. 책꽂이에 꽂혀 있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시집을 발견하고 좋아서 한참을 읽더니 특히 좋은 시에는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포스트잇 붙여진 시를 엄마도 읽어보라 하였다. "엄마는 어떤 시가 좋았어?" 내게 물었다. "<제비꽃>이 좋네"

제비꽃  (나태주)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너는 어떤 시가 좋아?" 아이에게 물었다. "그리움"

그리움  (나태주)

햇빛이 너무 좋아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


어제 점심시간에 불현듯 시집을 읽고 있던 둘째가 떠올랐다. 시집을 선물해야겠군.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나태주 미니 시집>과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두 권을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을 했다. 저녁을 먹으며 아이에게 시집 두 권을 주문해서 내일 도착할 거라고 말하니 너무 좋다 하였다.


오늘 저녁을 먹고 있는데 시집 두 권이 도착했다. 역시나 행복해하였다. 아이는 먼저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나태주>를 집어 들었다. "표지도 예뻐"라며 환하게 웃었다. "프롤로그도 있네. 프롤로그가 좋으면 책이 기대되고 에필로그가 좋으면 감동이 오래가"라고 말하며 포스트잇을 가지러 갔다. 역시나 시 한 편 한 편을 읽어가며 맘에 드는 시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할아버지 어린 시절 1>을 큰 소리로 읽어주어 함께 웃기도 했다. 좋았다. 나의 어린 시절 할머니가 생각났다. 우리 할머니도 문지방 밟지 말라고 하셨었는데.

할아버지 어린 시절 1  (나태주)

밤에 휘파람 불면 뱀이 나온단다
문지방 밟으면 엄마가 죽는단다
머리통 뒤로 손깍지 껴도 엄마가 죽는단다
또 생쌀을 먹어도 엄마가 죽는단다
옛이야기 너무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단다
너는 진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란다

할머니 말씀이 정말인 줄 알고
혼자서만 겁이 나고 걱정되었던
키 작은 남자아이
그것이 할아버지 어린 모습이었단다

아이는 시 읽기를 좋아하고, 시 쓰기를 좋아하여 꾸준히 쓰고 있다. 그동안 18편을 썼다고 하였다. 아이가 쓴 시를 읽다 보면 우리 둘째에게 이런 감성이 있었나 싶어 놀랍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이 있다니 반갑기도 하다.

초등학생이 감성 가득한 시를 쓰다니 혹시 요즘 심경에 변화가 있나 걱정이 되어 물어보면 시는 시일뿐이란다.

한 걱정은 접어 두고 응원만 하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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