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때 떠났다.
2019년 12월 전 세계 매스컴들은 중국 우한으로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촉각을 다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세월 사스, 메르스 등등 여행업에 타격이 될만한 많은 일들을 겪은지라 2020년 2월 초 튀르키예 출장을 배정받은 나는 이 또한 지나가겠지, 당분간 몇 달은 출장이 적어지겠지 라는 생각을 했을 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행히 튀르키예 출장일정은 무리 없이 진행되었고 현지 사람들도, 손님들도, 우리에게 닥칠 코로나 팬데믹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수속을 마친 후 현지가이드분은 나에게 선물이라며 이스탄불공항 내 약국에서 50개가 들어있는 의료용 마스크 한 박스를 사주셨다.
뜻밖의 선물에 놀랐지만 가이드분은 다소 심각하게 "이제 곧 마스크가 필요할 날이 올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어쨌든 주신선물이니 감사히 받았고 한 박스를 더 사주셔야겠다는 가이드분을 억지로 말리며 튀르키예 여행일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해 연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 섞인 보도를 보고 있자니 튀르키예 가이드분의 말씀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미리 잡혀있던 스페인, 포르투갈 출장을 가기 위해 다시 인천공항으로 향하며 가이드분께 선물 받은 의료용 마스크 몇 개를 챙겼다.
그런데 인천공항에 도착한 나는 공항 내 약국에 써 부쳐 있는 글귀를 보고 깜짝 놀랐다.
" K94 마스크 5장에 2만 5천 원"
그 당시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황사 때문에 부모님께 사드렸었던 K94마스크 한 박스가 3만 원이었다.
게다가 한 박스에 무려 50개가 들어있다.
아무리 물가가 비싼 공항이라도 마스크 한 개가 5천 원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이제 코로나 19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구나 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출장 중에도 나의 불안했던 마음은 저녁마다 현지뉴스를 보며 실감하기 시작했다. 몇 장 챙겨 온 의료용 마스크가 든든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버스에도 예전에 없던 손소독제가 구비되어 있었다.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 미처 마스크를 챙겨 오지 못한 손님들을 위해 약국마다 들려보았지만 이미 그곳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인지라 의료용 마스크는 거의 품절상태였고 있다 하더라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으며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k94 보건용 마스크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다.
내가 한국에서 몇 장 챙겨간 의료용 마스크는 노약자 손님들을 위해 나누어드려 이미 품절되었고 나처럼 마스크를 챙겨 오신 다른 손님분들도 마스크 나누기에 동참하셔서 우리 팀은 다행히 마스크 안에 손수건을 덧대는 방법으로 한 개의 마스크로 일정을 버텼다.
물론 몇몇 분은 면역력이 강하다는 주장을 하시며 마스크를 쓰시지 않는 분들도 계셨다.
드디어 모든 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포르투갈 리스본공항에 도착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얼마 전부터 리스본에 한시적으로 전세기를 띄웠던지라 유럽 다른 나라를 경유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음이 다행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탑승시간이 다가오자 한국말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하여 손님들께 마스크를 나누어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열흘 전 한국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승무원도 대부분의 승객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열흘간의 출장을 마치고 나니 모든 상황이 심각해진 것이다.
마스크를 나누어주는 아시아나 직원들도 이미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재난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황이 시작되었고 기내에서 탑승객을 맞이하는 승무원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를 비롯한 모든 승객들은 기내식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다.
그것이 코로나 팬데믹 전 마지막 출장이 될 거라고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귀국 후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펜데믹(범세계적 유행)을 선언했다.
"박수 칠 때 떠나자"가 늘 바라던 나의 마지막 모습이었는데 그렇게 마지막 출장을 무사히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손님들의 박수를 받으며 나의 인솔자 생활은 막을 내렸다.
우리는 끝이라는 절망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나 또한 코로나 펜데믹동안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끝이 있다는 건 다시 시작이 있다는 진리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로 인해 한 달에 20일 이상 해외로 나가느라 부모님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들을 여한 없이 보내게 된 것도, 아름다운 내 나라를 마음껏 둘러보게 된 것도, 바빠서 만나지못했던 그리운 사람들을 자주볼수있게 된것도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작가가 되어 글을 쓰게 된 것도, 나에겐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음을 알게 됐다.
오늘도 나는 시작할수있는 무궁무진한것들이 있음에 설렌다..
끝이 왔음을 두려워 말자.
나에게 그랬듯 여러분들에게도 곧 시작이 올 테니까...
이 글을 끝으로 '아엠 어 티시' 연재를 마칩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두려움반 설렘반으로 지난날을 추억하며 써 내려간 글이었습니다.
많이 부족했지만 선배작가님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잘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시작으로 다시 찾아뵐 때까지 모든 작가님들 진심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