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여름호 계간지 <사이펀> 게재
두 발을 집에 두고 왔어
두 팔 벌려 기도 하지 말 걸
내 얼굴도 걸어놓고 왔지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자를 던지며 달려드는 걸
얼굴을 외웠는데
자꾸 뒤통수만 생겨나는 거야
바람이 불고 있어
모두의 뒤통수는 휘파람을 불고
기념사진을 찍을 거래
우리들은 흩어졌지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자꾸 바람이 덤벼오네
모자의 귀를 잡고 눈과 입을 핥으면
오랜만이야
낯익은 모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삼켜버리네
할머니와
고모와 죽은 언니의 발자국들이 떠다니는 곳
기념사진을 찍을 거래
우리들은 늘 혼자 도착했지
발자국이 발자국을 돌아보지 않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