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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오 Oct 31. 2024

경복궁

23' 여름호 계간지 <사이펀> 게재

두 발을 집에 두고 왔어

두 팔 벌려 기도 하지 말 걸


내 얼굴도 걸어놓고 왔지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자를 던지며 달려드는 걸


얼굴을 외웠는데 

자꾸 뒤통수만 생겨나는 거야


바람이 불고 있어 

모두의 뒤통수는 휘파람을 불고


기념사진을 찍을 거래 

우리들은 흩어졌지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자꾸 바람이 덤벼오네 

모자의 귀를 잡고 눈과 입을 핥으면


오랜만이야

낯익은 모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삼켜버리네 


할머니와 

고모와 죽은 언니의 발자국들이 떠다니는 곳


기념사진을 찍을 거래

우리들은 늘 혼자 도착했지


발자국이 발자국을 돌아보지 않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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