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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윤 Nov 09. 2024

1. 베고니아 꽃: 짝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숨겨진 감정

고등학교 입학식 날 아침, 지호는 지각할 뻔한 위기 속에서 익숙한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문을 열자, 언제나처럼 유나가 서 있었다.

"야, 진짜 늦어. 빨리 와!" 유나는 지호를 재촉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지호는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그녀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마치 어릴 때부터 이렇게 함께 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지호는 유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그녀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지호는 그 감정을 친구로서만, 아니면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했다.
‘친구가 아닌 다른 감정을 느끼면 우린 달라지겠지. 이건 그냥 내 마음속에서만 간직할 거야.’

그러나 입학식 아침, 버스를 타고 유나와 함께 가는 길, 문득 느꼈다.
‘내가 이렇게 너와 함께 하는 게 좋은 이유는, 단지 친구라서만은 아닌 것 같아.’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향하는 길, 유나는 중학교 친구들을 보자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먼저 교실로 들어갔다. 지호는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너는 언제부터 나에게 이렇게 특별해졌을까?’

그날, 교실에서 잠시 혼자 앉아있던 지호는 유나가 반 친구들과 웃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어색한 교실에서 그녀를 생각하는 자신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친구로서만 계속 지내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숨기기가 힘들어.’

입학식이 끝나고 유나와 함께 하교하는 길, 둘은 다시 나란히 걷고 있었다.
"김지호!, 내일 점심 같이 먹자.” 유나가 반짝이는 눈으로 제안했다.
지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네가 원한다며.”

두 사람은 가볍게 웃으며 학교를 나섰다. 지호는 마음속으로 몰래 속삭였다.
‘네가 웃을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웃는 것 같아.’

“나 오늘 좀 예쁘지 않아?” 유나가 갑자기 물었다.
“잘모르겠... 예쁘긴 한데…” 지호는 잠시 말끝을 흐렸다.
“응?” 유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너… 오늘 좀 예쁜 거 같긴 해,” 지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특히 웃을 때 뭔가 다르게 느껴져.”
유나는 잠시 지호를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잘 웃는 것뿐이야. 그런데 너 좀, 오늘따라 달라 보여?”
“뭐, 그냥… 이젠 우리가 고등학생이니까 그런 것 같은데..,” 지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유나의 말 한마디에, 지호는 자신의 속마음이 더 이상 감추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함께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었지만, 지호의 마음은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너는 나에게 단순한 친구가 아니야. 그런데 네가 이를 알면… 우린 어떻게 될까?’

그날 저녁, 유나가 웃으면서 말하던 것처럼, 지호는 자신에게 조금씩 더 가까워져 오는 그녀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내가 이 마음을 언제 고백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그저 친구로서,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그 사랑이 부서질까 봐 두려워하는 건, 결국 그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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