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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윤 Nov 15. 2024

3. 베고니아 꽃: 짝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짝사랑의 모순

그날부터, 지호는 유나의 일상적인 행동들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작은 손짓 하나, 목소리 톤 하나, 웃음의 방향까지. 그녀의 표정이 변할 때마다 그의 가슴은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유나가 나누는 사소한 대화나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말에도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하굣길, 유나는 여전히 웃으며 친구들과 대화했다. 지호는 그 모습에서 무엇인가 다른 감정을 느꼈다. 그녀가 다른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왜 그런 걸까? 그냥 친구일 뿐인데, 왜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걸까?

“지호야, 너 오늘 점심 뭐 먹을 거야?” 유나가 웃으며 물었다.

“어... 그냥 김밥이나…” 지호는 대답을 하며 눈을 피했다. 그녀의 눈빛을 마주치면, 자신이 속마음을 숨기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유나의 질문이 사소해 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냥 물어본 것일 뿐이다.’ 그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게 다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그는 매일매일 유나와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했다. ‘나는 그저 친구일 뿐이야. 그저 그런 감정이 일어난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그 말들은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유나는 다른 반 친구와 얘기하는 걸 자주 봤다. 그녀의 목소리가 달라지기도 하고, 웃을 때마다 빛나는 눈빛을 보며 지호는 자꾸만 그 생각이 들었다. ‘너는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해졌어.’ 그는 마음속에서 자꾸만 그 말을 되새겼다.

"유나, 오늘 기분 어때?" 지호는 의도치 않게 물어봤다.

“응? 왜?” 유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네가 좀 웃고 있어서.” 지호는 대충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가 웃고 있으면, 지호는 괜히 마음이 편안해졌지만, 그 평범한 웃음 뒤에 숨겨진 감정을 알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답답했다.

하지만 유나는 그날도 다른 사람과 웃고,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하루는 여전히 그렇게 흘러갔다. 지호는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그게 다 친구니까’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넌 나에게 중요한 친구일 뿐이야.’

그날 밤, 지호는 혼자 방 안에서 누워 생각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그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냥 이게 자연스러운 거야. 친구들이 그런 거지." 그러나 그 속에서 묵혀두었던 감정은 점점 커져만 갔다.

자신을 속이려 해도, 그 마음은 더 이상 숨겨지지 않았다. "이 감정을 계속 감추면, 너와 나 사이가 달라질 거야." 지호는 또 한 번 스스로에게 말하며, 그 감정을 덮어두려 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에게 한 거짓말은 점점 더 무겁게 다가왔다.

그때, 휴대폰 화면이 깜빡였다. 지호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다. 유나였다.

"우리 주말에 놀러 가지 않을래?"라는 메시지가 떴다.

예전 같았으면, 유나의 이런 메시지는 그저 친구 사이에서 오가는 가벼운 제안일 뿐이었다. 그저 ‘어, 그래!’ 하고 답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메시지를 읽는 순간, 지호는 심장이 급격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유나의 말투와 그 문장 속에 무엇인가 다르게 느껴졌다. 평소처럼 단순한 제안 같지만, 이제는 그 속에 묘한 긴장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이건 그냥 친구로서 하는 말일까?’ 지호는 손끝이 떨리는 걸 느끼며 화면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아니, 분명히 뭔가 다른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그 메시지는 지호에게 더 이상 단순한 일상이 아니었다. 그 속에 숨어 있는 감정을, 어쩌면 유나가 자신에게 던지는 작은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 어디 갈래?"

하지만 그가 보내고 나서도, 그 메시지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음속에서 ‘단순히 친구로서 가자고 한 걸까?’ 하는 물음이 떠오르며, 그 누구보다도 유나의 대답을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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